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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전성철]검사들의 음주 일탈

입력 | 2019-01-31 03:00:00


검사 A는 햇병아리 시절부터 평이 안 좋았다. 어울리지 말아야 할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고 지나치게 술을 마셔 늘 코가 붉었다. 보직 경쟁에서 밀려나 고검 검사로 발령 난 뒤에는, 고향에서 정치를 할 거라며 아슬아슬한 행보를 했다. 법무부는 A를 검사 적격심사에서 탈락시킬지 고민했지만 당시에는 탈락 전례가 없어 자르지 못했다. 결국 A는 몇 년 뒤 술집에서 난동을 피워 사표를 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2명의 검사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특히 2015년과 2017년 음주단속에 적발됐던 한 50대 검사는 27일 또다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 ‘삼진아웃’ 적용대상이 됐다. 이들 외에도 또 한 검사는 재작년 말 술집 종업원과 주먹다짐을 해 사직했는데 당시 그가 성매매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검찰의 음주문화를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최근 검찰 회식에서는 술을 강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갓 임관한 초임 검사가 체질이나 종교를 이유로 상사가 주는 잔을 거부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술에 죄를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교롭게 이번에 사고를 친 이들은 모두 고검 검사다. 과거에는 승진에 탈락해 고검으로 발령 나면 대부분 사표를 내곤 했다. 하지만 변호사 시장이 얼어붙으며 상황이 바뀌었다. 고검은 서울과 광역시에만 있어 근무 환경이 좋다. 1억 원 가까운 연봉과 널찍한 사무실, 직원도 제공된다. 개업 변호사가 비슷한 수준의 삶을 누리려면 매달 최소 수천만 원을 수임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는 이들이 고검에 눌러앉으면서 인사 적체가 심해졌다.

▷이들은 승진에 목매달지 않다 보니 마땅히 제어할 수단이 없다.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에서, 고참 고검 검사는 후배인 고검장이나 차장검사에게 대면보고도 안 한다. 통제를 안 받으니 사고가 안 나면 이상할 지경이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이라면 한직에 밀려났다 해서 음주운전을 일삼지는 않을 것이다. ‘못된 특권의식’이 몸에 배어 있던 일부 검사들이 승진이라는 자기 통제 모티베이션이 약해지자 잦은 일탈을 하는 것이다. 7년마다 하는 검사 적격심사 주기를 대폭 단축하고, 심사를 실질화해 부적격자를 매섭게 솎아내야 한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