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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대 생산때까지 ‘반값 임금’ 유지… 사업성 논란 불씨 남아

입력 | 2019-01-31 03:00:00

[‘광주형 일자리’ 사실상 타결]노사민정, 4년여 우여곡절끝 합의




30일 광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시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 최상준 광주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부터)이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며 손을 잡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현대자동차가 한국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설치한 게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한 일이 됐다. 노사 간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주길 바라고 정부도 전폭 지원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답답함을 이처럼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광주시는 투자협약식을 위해 현수막까지 준비했지만 노동계의 반대와 현대차의 노동계 안 거부로 광주형 일자리는 무산됐다. 성사 직전 무산이라 불씨를 되살리기 쉽지 않아 보였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주문하면서 이달 초부터 협상의 불씨가 살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가 일반 완성차업체 연봉의 약 절반을 받지만 정부와 광주시가 주택과 의료, 교육을 지원해 실질소득을 높이는 ‘노사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2014년 윤장현 전 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후 광주시가 1대 주주, 현대차가 2대 주주인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2년까지 광주 빛그린산단 터 62만8000m²에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규모로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세우기로 논의가 구체화됐다. 완성차 공장이 가동되면 직접 고용 1000여 명, 간접 고용 1만∼1만2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0일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도출된 합의안에 대해 31일 현대차가 최종 승인하면 한국 자동차의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탈피한 획기적인 일자리 창출 모델이 탄생된다. 또 1998년 르노삼성이 부산에 완성차 공장을 세운 지 21년 만에 한국에 새 완성차 공장이 생긴다. 현대차로서는 1996년 아산공장이 마지막 공장 신설이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1대 주주인 완성차 공장이 탄생하는 것도 새로운 기록이다.

○ ‘35만 대까지 임금 유지’ 받은 勞

이날 노사민정협의회가 의결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는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정신을 담고 있다. 협정서에는 지난해 12월 5일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지역노동계가 거부 의사를 밝힌 현대차-광주시 잠정합의 1조 2항이 그대로 유지됐다. 1조 2항엔 ‘누적 차량 생산대수 35만 대 달성까지 노사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을 지키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차량 생산대수가 35만 대(연간 최저 7만 대)를 달성할 때까지 주 44시간 초임 평균 연봉 3500만 원 등의 근로조건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완성차 평균 연봉 9000만 원의 절반보다 낮은 수준이다.

1조 2항은 현대차와 지역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조항이다. 현대차가 광주 완성차 법인에 위탁 생산하려는 경차는 마진이 낮아 안정적인 비용구조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기아차도 ‘레이’ ‘모닝’ 등 경차를 외부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그간 지역 노동계는 이 조항이 임금 및 단체협약을 5년 동안 유예하자는 의미와 같다며 반발해 왔다. 하지만 지역 노동계는 현대차의 누적대수 35만 대 달성이라는 합의의 유효기한 조항은 받되 매년 임금협상, 2년마다 단체협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근로자참여법 조항을 담음으로써 명분을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 사업성 논란 넘어야


31일 투자협약식이 예정대로 열리면 현대차는 530억 원 투자를 확약하게 되고, 광주시는 완성차 합작법인 자기자본금(2800억 원)의 19%를 확보하게 된다. 광주시는 590억 원(지분 21%)을 투자해 1대 주주가 되고, 현대차가 2대 주주가 된다. 이 합작법인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광주시가 나머지 투자액 1680억 원도 유치해야 한다. 또 필요 투자액 7000억 원 중 자기자본을 뺀 4200억 원도 차입해야 한다. 4200억 원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결국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계획대로 2022년 공장이 완공되면 광주시가 운영 주체가 되고, 현대차는 경형 SUV 물량을 위탁하게 된다.

광주형 일자리가 30년 노사갈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한국 자동차 산업에 의미 있는 행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합작법인이 성공하려면 사업성 논란을 넘어서야 한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대규모 고용 창출 여력이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산업에도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수요 감소로 생산량을 줄여가는 추세에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신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현대차의 현 노조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31일 확대간부 파업을 하고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광주 신설 법인 노조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무리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해도 이를 막을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 / 광주=이형주 / 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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