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 결혼식장 갔다 잃어버려… 경찰, 美입양 알아내 기적처럼 재회 “잘 살아줘 고맙다” “한국어 배울것”
김태형 씨(가운데)가 30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아버지 김진호 씨(오른쪽), 어머니 김정희 씨(왼쪽)와 처음 만나 기뻐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30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 김태형(미국명 조슈아 라이스·40) 씨가 들어서자 김진호(61) 김정희 씨(57·여) 부부가 일어나 태형 씨를 끌어안았다. 38년 만에 친부모와 외아들이 만났다. 부부는 “죽은 줄 알았는데 만나게 돼 원도, 한도 없다. 잘 살아줘서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태형 씨는 “어렸을 적 버려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저를 애타게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라고 통역을 통해 말했다.
이들은 1981년 12월 20일 헤어졌다. 부부가 지인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만 2세이던 태형 씨를 잃어버렸다. 부부는 외아들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아이를 더 갖지 못했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고통스럽게 살다가 31년이 지난 2012년 평생 한으로 남을 것 같아 다시 실종신고를 했다.
태형 씨의 양아버지는 한국 근무 경력이 있는 미군이다. 태형 씨는 양부의 영향을 받아 6년간 미군으로 복무한 뒤 현재는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16세 무렵 친부모를 찾아 한국 입양기관에 연락했지만 부모가 없다고 서류에 기록돼 버림받은 줄 알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친부모가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무척 놀랐다고 했다.
태형 씨는 대구에서 친부모와 설 연휴를 보낸 뒤 귀국했다가 가을쯤 다시 올 계획이다. 태형 씨는 “친부모를 찾았다는 말을 듣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다. 가족 곁에서 대학 어학당에 다니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들과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