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ERICA캠퍼스 경상대 수업현장
한양대 학생들이 산학협력 관계에 있는 풀무원을 찾아 공장 견학 및 제품 시식을 하며 PBL을 수행하고 있다. 한양대 제공
“자 여러분, ‘삼탄아트마인’이라는 강원 정선군의 관광지가 있습니다. 과거 광산이었던 곳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세계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의 예술품을 지하 갱도 안에 모아 둔 곳이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가진 곳이 1년 중 4개월 정도만 손님이 몰리고 나머지 기간은 비수기라 고민이라고 합니다. 학생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양대 ERICA캠퍼스 경상대 강의실. 학생들은 강의실 화면에 뜬 삼탄아트마인의 사례를 보며 고심에 빠졌다. 이 학교 전상길 교수가 던진 질문은 학습용, 즉 가공의 사례가 아니었다. 폐광산을 문화광산으로 바꾸려 했지만 사업 위기에 부닥친 실제 기업의 사례였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모든 경영학 지식과 사업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삼탄아트마인을 살릴 전략을 내놓아야 했다.
○ 학생-대학-기업 윈윈 PBL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관련 지식을 학습하고 현장을 탐사하며 문제를 이해한다. 기업은 관련 실무자들을 대학에 보내 각 팀의 멘토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는 실제 기업 현장에 적용된다. 학생과 기업 모두가 성과를 공유하는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실제 한양대 ERICA캠퍼스에서 진행됐던 삼탄아트마인 프로젝트는 PBL의 정석을 보여줬다. 삼탄아트마인 대표는 학생들을 찾아 기업의 실제 고민을 전했고, 학생들은 비슷한 위기를 경험했던 기업들의 사업모델을 탐구해 삼탄아트마인에 적용할 만한 대안을 제시했다.
수업 과정에서 각종 아이디어가 나왔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기업의 고민은 비수기의 흑자 전략을 얻는 것이지만, 그보다는 성수기의 수익을 더욱 극대화할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정선의 기업 현장을 수차례 찾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냈다.
갱도에 뒤섞여 있는 전시물 배치 공간 설계를 다시 하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전시장에서 파는 음식 메뉴도 바꿨다. △가격 전략을 높이기 위한 패키지 상품 구성 △인근의 하이원 및 강원랜드와 결합한 지역사회 마케팅 △전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직행버스 노선 설계 등도 제시됐다. 모두 학생들 머리에서 나온 해결책이다. 전 교수는 “한 학기가 끝났을 때 학생들과 기업 대표가 끌어안고 함께 우는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됐다”며 “학생들의 솔루션을 적용한 뒤 지난 한 해 추가로 얻은 수익의 3%를 기업 대표가 한양대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양대 ERICA캠퍼스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IC-PBL 수업을 전 학과에 도입했다. 2017년 신입생부터는 졸업 요건에 ‘4개 이상의 PBL 교과목 이수’를 추가했다. 원활한 PBL 수업을 위해 모든 단과대에 ‘IC-PBL 강의실’을 구축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PBL 경험을 한 학생들은 기업들이 따로 채용 문의를 할 정도로 실무 역량이 뛰어나다”며 “PBL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수상 경력은 타 기업에 지원할 때도 일종의 ‘마패’가 된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물류회사인 DHL,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인 풀무원과도 산학협정을 맺고 PBL을 진행 중이다. 한양대는 “올해 개교 80주년을 맞아 중장기적으로 전체 수업의 20% 이상을 소통 중심의 스마트 교육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