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폭 개선방안’ 논란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필요한 소송과 갈등을 줄이고 학교의 교육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학교폭력 피해가 신고되면 학교는 반드시 학폭위를 열고 가해 학생에게 9가지 징계 처분 중 한 가지 이상을 내렸다. 가해 사실은 학생부에 기재됐다.
개선안에 따라 새 학기부터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폭력으로 서면사과(1호), 접촉·협박·보복 금지(2호), 교내봉사(3호) 등의 조치를 받고 가해 학생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 다만 1∼3호 조치를 두 번 이상 받으면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첫 번째 가해 사실까지 모두 학생부에 기재된다.
또 가벼운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하면 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가벼운 사건의 기준은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피해가 복구된 경우 등이다. 다만 학폭위 개최 여부는 학교장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학칙으로 정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사건을 축소·은폐한 교원은 징계 수위가 가중된다. 학교마다 설치된 학폭위는 내년 1학기부터 교육지원청 산하로 이관된다.
이번 개선안은 2012년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이 대폭 개정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담긴 조치다. 당시 법 개정은 2011년 12월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법 시행 과정에서 ‘학교 현장이 소송전에 휘말린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학생 간 사소한 다툼도 학폭위에 회부되고 학생부에 기록되다 보니 “입시에 ‘주홍글씨’가 된다”며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많이 낸 것이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행정심판 건수는 2013년 247건에서 2017년 643건으로 급증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교폭력이 잔인하고 심해서 처벌을 강화했던 것”이라며 “이번 개선안은 가해자 입장만 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중학생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교장이 ‘조용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하면 어떤 엄마가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올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학교 자체 해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은 61.2%가 반대했다. 반면 교원은 78.9%가 찬성했다.
한편 교육부가 초교 4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총 9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학생(2153명)의 절반은 초등학생(1056명)으로, 중학생(775명)이나 고등학생(322명)보다 많았다. 학폭위의 초등생 심의 건수도 2014년 2792건에서 2017년 6159건으로 3년 새 2.2배로 증가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