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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재협상”… ‘노딜 브렉시트’ 다시 재깍재깍

입력 | 2019-01-31 03:00:00

英의회, 브렉시트 발동 두달 앞두고 ‘백스톱 대체안으로 재협상’ 가결
메이 “빠른시일내 두 번째案 표결”… EU “재협상 대상 아니다” 즉각 거부
WSJ “시간촉박 노딜가능성 커져”




수정안 통과는 됐지만… 29일 영국 런던 하원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 표결을 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이날 통과된 합의안은 영국이 아무런 협정 없이 EU를 떠나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앞으로 EU와 재협상을 해야 한다. 브렉시트 시점을 늦추는 방안은 부결됐다. 런던=AP 뉴시스

29일 영국 의회가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재협상을 추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EU가 즉각 “재협상은 없다”며 선을 그어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deal) 브렉시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향후 브렉시트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7개의 대안을 놓고 표결했다. 이 중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하는 안전장치) 대안 협정을 포함한 재협상을 추진하는 안이 찬성 317표, 반대 301표로 통과됐다. “백스톱 조항은 사실상 북아일랜드를 EU에 넘겨주는 것”이라며 2주 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여당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백스톱 조항만 수정하면 브렉시트 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메이 총리는 표결 직후 “백스톱 조항을 수정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EU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능한 한 빨리 두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로 가져와 승인 투표를 받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가 의회로부터 재협상 명분을 얻어내긴 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백스톱 조항은 탈퇴 협정의 일부이며 이는 재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재협상 불가’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영국이 두 달 후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만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영국 하원은 ‘노딜 브렉시트 배제안’도 통과시켰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합의안이 다음 달 말까지 영국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하면 EU 탈퇴 시점을 올해 말까지 9개월 연장하는 ‘노딜 방지안’도 부결됐다.

메이 총리는 “백스톱 조항을 용납할 수 없다”는 보수당 내 강경파와 “백스톱 재협상은 없다”는 EU 사이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월스트리저널(WSJ)은 “영국 정부가 ‘플랜C’를 마련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영국과 EU 모두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무질서한 이혼’을 맞이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