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성 6명, 남성 2명 함께 살며 안전하게…청년 공유주택 가보니

입력 | 2019-01-31 17:39:00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5호 공유주택 식탁에서 입주자 한효주 박찬미 씨, 임소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왼쪽부터)이 공유주택의 효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하순 찾은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녹번역 인근 2층짜리 단독주택.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자 좌측에 커다란 식탁이 보였다. 식탁 옆 벽에는 ‘2019년 1월 청소구역’이란 제목의 쪽지가 붙어 있다. 쪽지에는 분리수거 부엌 세탁실 등으로 구분돼 그 옆에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여기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5호 공유주택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비영리 주택 공급을 목표로 공유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다.

5호 공유주택에는 여성 6명, 남성 2명이 함께 산다. 식탁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반상회가 열린다.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발생하는 갈등을 비롯해 논의하는 주제는 다양하다. 컵을 사용하고 나서 아무 데나 놔두는 일이 빈번하자 반상회에서 컵 아래 각자 이름을 새겨놓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에 들어온 박찬미 씨(28·여)는 “입주하기 전에 ‘특이한 생활습관이 뭔지’,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건지’ 등의 질문을 받으면서 타인과 함께 살려면 배려가 필수라는 걸 느끼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5호 공유주택 임차료는 1인실 월 34만 원, 2인실은 28만 원 또는 32만 원이다. 입주자들은 월 임차료의 2.5배를 보증금으로 낸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주거비가 공유주택을 택한 중요한 이유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2년째 거주하는 김혜민 씨(33·여)는 “혼자 원룸에 살았을 때 퍽치기를 당한 이후 집에 있어도 늘 불안했다. 공유주택에 들어와서 훨씬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임소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공동체 관계를 맺음으로써 청년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높이는 것이 공유주택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청년 주거문제 해결책으로 값싼 주택을 많이 짓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야말로 공급자 위주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주거 안전 개선 등 그 밖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유주택에 사는 것을 젊은이의 ‘겉멋’으로 치부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과는 같이 못 살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는 살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거부감도 그중 하나다. 한효주 씨(29·여)는 “집에서는 내 고민이 곧 가족의 고민이 되는 게 싫었고 학교처럼 원래 몸담고 있던 곳에서는 내 약점을 드러내기 싫었다”며 “공유주택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공유주택이 저렴한 주거비는 물론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공유주택을 비롯한 사회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사회주택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 임차료로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공용공간을 주택 면적의 최대 30%까지 둘 수 있다. 공용공간에 따라 욕실과 부엌을 함께 쓰는 공유주택부터 다가구주택까지 다양하다. 서울시는 2015년 1월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매입한 토지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주택을 짓고 임대해 관리하는 토지임대부 방식과 노후 주택이나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임대하는 방식 등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가 공급한 사회주택에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가구는 1051가구다. 지난해 11월에는 SH공사와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기금이 1 대 2 비율로 출자해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주택 토지지원 리츠’를 설립했다. 올해 예산은 900억 원으로 지난해 관련 예산(188억 원)의 4.8배로 늘어났다. 기태균 서울시 주택공급총괄팀장은 “청년을 위한 사회주택 공급을 늘리고 전반적인 주거 수준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