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5호 공유주택 식탁에서 입주자 한효주 박찬미 씨, 임소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왼쪽부터)이 공유주택의 효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기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5호 공유주택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비영리 주택 공급을 목표로 공유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다.
5호 공유주택에는 여성 6명, 남성 2명이 함께 산다. 식탁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반상회가 열린다.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발생하는 갈등을 비롯해 논의하는 주제는 다양하다. 컵을 사용하고 나서 아무 데나 놔두는 일이 빈번하자 반상회에서 컵 아래 각자 이름을 새겨놓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에 들어온 박찬미 씨(28·여)는 “입주하기 전에 ‘특이한 생활습관이 뭔지’,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건지’ 등의 질문을 받으면서 타인과 함께 살려면 배려가 필수라는 걸 느끼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공유주택에 사는 것을 젊은이의 ‘겉멋’으로 치부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과는 같이 못 살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는 살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거부감도 그중 하나다. 한효주 씨(29·여)는 “집에서는 내 고민이 곧 가족의 고민이 되는 게 싫었고 학교처럼 원래 몸담고 있던 곳에서는 내 약점을 드러내기 싫었다”며 “공유주택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공유주택이 저렴한 주거비는 물론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공유주택을 비롯한 사회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사회주택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 임차료로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공용공간을 주택 면적의 최대 30%까지 둘 수 있다. 공용공간에 따라 욕실과 부엌을 함께 쓰는 공유주택부터 다가구주택까지 다양하다. 서울시는 2015년 1월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매입한 토지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주택을 짓고 임대해 관리하는 토지임대부 방식과 노후 주택이나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임대하는 방식 등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가 공급한 사회주택에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가구는 1051가구다. 지난해 11월에는 SH공사와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기금이 1 대 2 비율로 출자해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주택 토지지원 리츠’를 설립했다. 올해 예산은 900억 원으로 지난해 관련 예산(188억 원)의 4.8배로 늘어났다. 기태균 서울시 주택공급총괄팀장은 “청년을 위한 사회주택 공급을 늘리고 전반적인 주거 수준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