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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개체수 늘어 생사 갈림길에 놓인 야생 노루

입력 | 2019-02-01 03:00:00



지난달 27일 오후 제주 제주시 한라산국립공원 외곽지역 한 목장에서 야생 노루들(사진)이 여유롭게 뛰어놀았다. 누렇게 말라버린 잎 사이로 드문드문 돋아나는 새 풀을 찾아 배를 채우다가 큰부리까마귀 소리에 놀라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수노루 뿔은 탈각 모습이 완연했다. 뿔은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 생후 12개월부터 나기 시작하는데 매년 겨울철에 빠졌다가 새롭게 솟아난다. 엉덩이는 뽀송뽀송한 하얀 털로 덮였다.

노루는 제주지역에 자생하는 포유류로, 사슴과에 속하는 시베리아노루 계통이다. 조선시대 자료 등을 보면 제주에서 사슴, 노루 등을 사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사슴은 현재 멸종된 상태다.

노루 역시 밀렵 등으로 1980년대 멸종위기에 놓였다가 지속적인 보호정책으로 개체수가 증가했다. 1만4000여 마리(추정)까지 늘어나면서 농민들이 고충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노루들이 농경지를 다니면서 콩, 무, 더덕 등을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농민의 입장을 반영해서 2013년 관련 조례를 개정해 노루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포획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한 차례 연장을 거쳐 지난해 말까지 7032마리를 잡아 대부분 식용 등으로 소비했다.

밀렵을 감안하면 노루 1만 마리가량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조사 당시 제주지역 서식 노루는 7600여 마리, 적정 노루 수는 6110마리였고 연간 자연 증가는 1500마리이다. 올해 노루 포획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어 노루 운명은 또다시 갈림길에 놓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