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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역 일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

입력 | 2019-02-01 03:00:00

“코레일서 20층 규모 업무시설 추진, 공익성 갖춘 공영개발로 이뤄져야”
50여개 시민단체, 통합개발 촉구




부산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부산진역통합개발추진위원회 회원 300여 명이 최근 부산진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일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진역통합개발추진위원회 제공


105년간 부산의 영광과 아픔을 같이한 부산진역 일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부산진역통합개발추진위원회(공동대표 김희로 부산발전시민재단 이사장, 신정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와 부산시민 300여 명은 최근 부산진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산진역 일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 달라”고 촉구했다.

2005년 문을 닫은 부산진역 일대는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영남본부사옥 건립이란 미명 아래 상업 및 업무시설 등의 임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토지 소유주인 코레일과 철도시설관리공단은 해당 용지에 20층 규모의 업무·상업시설을 짓기로 하고 2011년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일대 용지 1만6000m²는 코레일이 84%, 철도시설관리공단이 16%를 소유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이 지역이 인근에 진행 중인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 기본계획에도 포함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원회는 문제의 땅은 고속철도 용지로 철도시설물 외에 다른 시설을 건립할 수 없는 데다 역 기능도 상실돼 추진 중인 건물은 더 이상 철도시설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 일대에는 난개발이 아닌 공익성이 있는 공영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추진위의 입장이다. 미군이 사용하던 하이얼리아 부대 터를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한 사례처럼 이곳에는 부산진역 인근에서 태어난 안용복 선생 기념공원 등 시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동구도 철도시설관리공단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북항 재개발사업과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두 차례 건축심의를 반려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동구는 남북철도 연결이 성사된 만큼 유라시아철도 시·종착점인 부산역과 2km가량 떨어진 부산진역을 철도박물관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다. 동구는 다음 달 주민공청회와 함께 공영개발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예산 1억5000만 원을 들여 철도박물관 타당성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추진위원회와 동구는 부산의 주요 간선도로인 중앙대로와 충장로 사이에 있는 부산진역 주변이 통합 개발되지 않으면 북항2단계 개발지구(자성대부두와 범일5동)가 원도심과 단절될 수밖에 없어 부산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부산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 기본계획에 부산진역과 인근 부지를 포함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은 부산 시민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공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 측은 “해당 용지에 공단 영남사옥과 오피스텔이 포함된 복합시설을 짓기 위해 2013년 건설사에 이미 사업권을 넘긴 상태다. 민간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업 계획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