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에 대해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며 사실상 ‘재판 불복’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위원장 박주민 최고위원)를 열어 법관 탄핵 절차 등을 논의하며 사법부 압박을 이어갔다.
여당은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에 2년간 파견 근무를 한 것을 문제 삼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는 비난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성 판사의 비서실 파견 때 업무는 대법원장의 전원합의체 법리 검토 등을 보좌한 것이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유죄 선고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성명에서 “과거 근무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발끈한 속사정은 김 지사와 드루킹이 공모해 2017년 대선 때 포털 댓글조작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판결 내용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의 선거 부정이 대선 공정성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권에 유리하면 ‘정의’라고 하다가 불리하면 ‘적폐’로 몰아붙이며 법원을 압박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흔들고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법치(法治)의 파괴나 다름없다.
법원의 판결이 공정한지 따질 수는 있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법관 탄핵 운운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2, 3심을 지켜보지도 않고 1심 판결을 부정하면 상급심에서 유리한 판결이 나와도 역시 신뢰받지 못하는 사법 불신의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때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존중을 촉구하며 삼권분립을 강조한 바 있다. 사법의 독립이 법관의 전횡이나 자의적인 재판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당 의원들이 근거 없이 특정 재판 결과를 공격하는 것을 방치하면 사법부 독립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 독립의 최우선 과제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과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