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의 한 전자상거래 벤처기업이 최근 ‘996룰’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996’은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9시 퇴근하고 주 6일씩 일하는 중국 벤처기업의 문화를 말한다. 주 근무시간이 72시간에 달한다. ‘996’으로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직원 불만이 나오자 이 회사 사장은 “이혼하면 된다. 몇 년이 지나면 절대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회사는 인조이(enjoy) 문화다”라고 말해 기름을 부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897’(매일 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도 있고 ‘716’(하루 16시간씩 주 7일)도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996’은 징둥이라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가 1996년 도입해 시행해 왔다. 알리바바, 샤오미, 둥청 등 업체들도 뒤따랐다. 과거 중국의 일부 스타트업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무하며 회사 성공을 이끌었지만, 최근엔 벤처업계 채용이 줄면서 ‘996’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 노동법은 ‘근로자가 동의하면 초과 근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반(半)어용 노조인 ‘궁후이(工會)’가 ‘996’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은 없다.
▷중국의 장시간 노동은 오래전부터 악명 높았다. 애플 휴대전화를 주문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중국 선전 공장에서는 2010년 불과 2개월여 만에 근로자 10여 명이 잇따라 투신자살했다. 장시간 노동과 감옥처럼 가둬둔 기숙사 등이 문제였다. ‘저임금 장시간 근로’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경쟁력을 밀어올린 핵심 요소였는데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그 전통을 이어받았다.
▷근로자 인권을 무시하고 진군하는 중국 IT 기업의 경쟁력은 위협적이다. 최근 발표된 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311개 중 중국이 85개로 미국(151개)에 이어 2위였다. 1, 3, 5위가 중국 업체다. 한국은 6개에 불과하다. 눈에 불을 켜고 신기술 개발에 나서는 중국 IT 기업이 반인권 논란의 ‘무자비한 초과 근무’ 갑옷으로 무장까지 하고 있다. 각종 규제의 ‘긴고아’(손오공 머리띠)가 씌워진 한국 IT 업계가 잘 당해내야 할 텐데….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