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진 산업2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4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해소하고 가맹희망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기 위해 정보공개 사항을 대폭 확대했다”고 했다.
정부가 정한 정책 목표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게 시장경제의 현실이다. 공정위가 이번 개정에서 처음 언급한 차액가맹금부터 살펴보자.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에게 납품하는 품목의 마진을 뜻한다. 정보공개서에는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과 가맹점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을 기재하도록 돼있다. 단순화하면 삼계탕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는 A 사장이 생닭, 대추, 인삼 등 재료를 예컨대 800만 원에 구매해 가맹점주에게는 1000만 원에 팔았을 때 남기는 마진 200만 원을 기재해야 하는 것이다. 가맹희망자라면 이 차액가맹금은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사실상 원가에 해당되는 공급가격까지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정보공개서에는 매출 상위 50%의 품목에 대해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한 가격의 실제 변동폭(상한선과 하한선)을 적어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수년 동안 품목당 공급가격을 고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프랜차이즈 본사라면 회사의 영업비밀인 공급가격이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30년 넘게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해온 B 사장은 “원가를 낮추기 위한 선의의 경영활동이 무시되고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그대로 발가벗겨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핵심 정보를 담은 정보공개서가 가맹계약체결 14일 전에 가맹희망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체결의사를 밝혔다가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까지는 생각 못한 듯하다.
원가가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비밀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 정책은 더 세심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월 정보공개서 제공을 앞두고 ‘헌법 소원을 내겠다’고 할 정도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염희진 산업2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