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다크호스 모비스 서명진
타고난 패스 감각으로 출전 기회를 늘리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고졸 신인 서명진. KBL 제공
“부담감은 없어요. 잃을 게 없는 나이니까요.”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가드 서명진(20)은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경기당 평균 14분 44초를 뛰며 충분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시즌 초반 초호화 멤버를 갖춰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영화 어벤저스에 빗댄 ‘모벤저스’로 불리던 모비스는 루키가 비집고 갈 틈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주전 멤버 양동근(38), 이대성(29), 이종현(25)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모비스는 ‘이 대신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주전 가드 두 명이 빠지면서 자연스레 서명진의 역할이 커졌다. 그는 “생각한 것보다 출전 시간이 많지만 편하게 하려고 한다. 유재학 감독님께서 ‘잃을 게 없는 나이니까 뭐든 해보라’고 하셨다. 조금 더 악착같이 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서명진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평균 4.2득점, 1.7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인 가운데 KGC 변준형(23·경기당 평균 6.4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평균 득점을 올렸다. 16일 KGC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 2개 포함 10득점으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1군 무대에 선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포인트가드로서 팀의 공격과 수비 패턴을 착실히 익혀 가고 있다. “전술이 너무 다양해서 거의 책 한 권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매일 숙제가 산더미처럼 많아서 울고 싶을 정도였죠. 그래도 이제 머리로는 대부분 숙지했어요.”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유재학 감독이지만 서명진에 대해서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유 감독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서명진의 패스 감각이다. 26일 전자랜드전에서 서명진이 연장전 무리한 장거리 패스로 턴오버를 기록하자 유 감독은 “(서명진의) 패스 감각은 타고났다. 타고난 애들이 그런 패스를 뿌린다”며 웃어넘기기도 했다. 서명진은 “고등학교 때는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라)건아 형, (함)지훈이 형이 (패스를) 밑으로 주든, 위로 주든 다 받아주니 신기하기도 하고 편하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