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KOC 분리 정부안 성토… 선수촌장-사무총장 선임 또 연기
책임지겠다는 말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커졌다.
3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 회의를 마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최근 사태와 관련해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산적한 현안 해결에 전념할 때”라고 답했다. 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이날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 및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선임될 예정이었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연기됐다.
정부는 엘리트스포츠 및 성적 지상주의를 개혁하기 위해 최근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및 소년체전 폐지안을 내놓았다. 대한체육회와 KOC가 분리되면 올림픽 업무가 대한체육회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의 업무와 역할은 크게 줄어든다. 또 KOC가 분리되면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징계도 현재보다 쉬워진다. KOC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조직이기 때문에 정부가 KOC 위원장을 징계하면 올림픽(스포츠)과 정치를 분리하려는 IOC의 입장과 배치된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장과 KOC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회장 징계 문제가 논란이 돼 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의 졸속 대책과 자정 능력 상실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의 발언은 책임은 지지 않되 자신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또 그동안 각종 폭력 및 성폭력에 대해 체육계가 자체 심의 및 징계를 내리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었지만 이날 이사회 내용을 보면 체육계 자체 징계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렇듯 별다른 개혁안도, 책임 있는 모습도 나오지 않았지만 대한체육회의 위상이 축소될 수 있는 KOC 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성토가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KOC 분리가 폭력 성폭력 근절과 상관관계가 없는 별도의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대책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KOC를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KOC가 분리되면 올림픽 업무에서 배제된 대한체육회의 무게 중심이 엘리트체육이 아닌 생활체육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생활체육계와 엘리트체육계는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엘리트체육과 성적 지상주의의 폐해가 불거진 상황에서 엘리트체육을 이끌어 온 체육회가 자성의 모습을 먼저 보이지 않고 자신의 이해만 강조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