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長 사망-화재 등 생계위기 가정 ‘복지 긴급 처방’ 구멍
그러나 이틀 뒤에도 생계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구청 공무원은 “겨울에 신청자가 몰려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근근이 버티던 김 씨 모자는 요청일로부터 6일이 지난 16일에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 이틀이면 나온다더니 2주 걸려
긴급생계비는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주소득자가 사망한 경우, 화재가 나 집에서 살 수 없는 경우 등 생계 위기에 놓인 이들에 한해 지급된다. 일종의 ‘복지 긴급 처방’인 셈이다. 지원금은 1인 가구 기준 월 44만1900원, 2인 가구 기준 75만2600원 등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상황에 따라 1∼6개월간 지급되는데 지원 기간이 끝나면 같은 사유로 다시 신청할 수 없다.
이혼 후 초등학생 딸과 함께 단칸방에 사는 A 씨(35·여)는 지난해 12월 말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 긴급생계비와 연료비 지원을 요청했다. A 씨는 생활고로 10개월째 도시가스요금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딸이 한겨울에 난방이 끊긴 집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긴급생계비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예산이 없어 올해 안에는 지원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A 씨는 2주가량 지나 해가 바뀐 지난달 10일에야 긴급생계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동안 A 씨는 어린 딸을 친정에 맡겼다.
○ 전문가 “복지 골든타임 놓칠 수도”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48시간 내 지급’ 원칙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긴급생계비는 전체의 80%가 국비, 20%는 지방비로 지급돼 지자체 예산이 들어간다. 긴급생계비 지원 업무 담당 직원도 지자체당 한두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48시간 내 지급’ 원칙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속 지급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복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성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긴급생계비 지원을 놓고 예산과 인력 문제를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긴박한 상황에 놓인 수급자 입장에서는 48시간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평가 때 신속 지원 여부를 반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며 “신속 지원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을 문책할 수는 없다. 지자체에 개선을 요청해 제때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eunji@donga.com·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