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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내 지급? 2주 넘게 깜깜… 골든타임 넘기는 긴급생계비

입력 | 2019-02-01 03:00:00

家長 사망-화재 등 생계위기 가정 ‘복지 긴급 처방’ 구멍




인천에서 중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는 김모 씨(44·여)는 지난달 10일 동사무소에 긴급생계비 지원을 요청했다. 빚과 공과금 독촉에 시달리던 김 씨의 통장에는 2000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들이 아파도 병원에 보내지 못할 만큼 상황이 나빴다. 하지만 ‘긴급생계비는 요청 후 48시간 안에 나온다’는 얘기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러나 이틀 뒤에도 생계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구청 공무원은 “겨울에 신청자가 몰려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근근이 버티던 김 씨 모자는 요청일로부터 6일이 지난 16일에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 이틀이면 나온다더니 2주 걸려

긴급생계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 생계 위기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신속한 구제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간단한 현장조사를 거쳐 요청 접수 후 48시간 내에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선(先)지급 후(後)타당성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1∼2주가 지나서야 수급자에게 돈이 지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긴급생계비는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주소득자가 사망한 경우, 화재가 나 집에서 살 수 없는 경우 등 생계 위기에 놓인 이들에 한해 지급된다. 일종의 ‘복지 긴급 처방’인 셈이다. 지원금은 1인 가구 기준 월 44만1900원, 2인 가구 기준 75만2600원 등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상황에 따라 1∼6개월간 지급되는데 지원 기간이 끝나면 같은 사유로 다시 신청할 수 없다.

이혼 후 초등학생 딸과 함께 단칸방에 사는 A 씨(35·여)는 지난해 12월 말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 긴급생계비와 연료비 지원을 요청했다. A 씨는 생활고로 10개월째 도시가스요금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딸이 한겨울에 난방이 끊긴 집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긴급생계비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예산이 없어 올해 안에는 지원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A 씨는 2주가량 지나 해가 바뀐 지난달 10일에야 긴급생계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동안 A 씨는 어린 딸을 친정에 맡겼다.

○ 전문가 “복지 골든타임 놓칠 수도”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48시간 내 지급’ 원칙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긴급생계비는 전체의 80%가 국비, 20%는 지방비로 지급돼 지자체 예산이 들어간다. 긴급생계비 지원 업무 담당 직원도 지자체당 한두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48시간 내 지급’ 원칙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청자가 많은 지자체는 예산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며 “연말연초에는 예산과 회계처리 업무 때문에 수급자가 2∼3주씩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2명이다 보니 매일같이 야근을 해도 처리하는 양보다 2배 이상 많은 지원 요청이 들어와 48시간 안에 지급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 지급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복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성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긴급생계비 지원을 놓고 예산과 인력 문제를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긴박한 상황에 놓인 수급자 입장에서는 48시간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평가 때 신속 지원 여부를 반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며 “신속 지원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을 문책할 수는 없다. 지자체에 개선을 요청해 제때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eunji@donga.com·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