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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솔리스트로 살게 되면 행복할까

입력 | 2019-02-01 03:00:00

바이올리니스트 다큐 영화 두 편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에서 빌리 조엘의 콘서트에 출연한 이츠하크 펄먼. 영화사 진진

젊은 여성 둘이 잘 손질된 정원을 걷고 있다. 들리는 대화는 깎아낸 듯한 한국어다. “콩쿠르에 상위 입상해서 솔리스트로 살게 되면 행복할까?” 듣던 이의 고개가 돌아간다. “아니래. 행복하지 않다고들 하잖아.”

바이올리니스트의 성공을 향한 노력과 애환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이 상영 중이다.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은 ‘솔리스트로 행복하게’ 살아온 거장 이차크(이츠하크) 펄먼의 일상과 활동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파이널리스트’는 2015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젊은 연주자 12명이 벨기에 왕실의 영지에 격리돼 결선을 준비하는 8일의 과정과 결선 연주, 시상식을 담았다.

펄먼은 1945년 건국 직전의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걷지 못하게 됐다. 열세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해 바이올린 명교사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고 1964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영화는 두 번째 조국인 미국의 야구장에서 국가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시작으로, 부모와 스승에 대한 회상, 학창 시절부터 그를 점찍은 평생의 짝이자 부인 토비와의 자잘한 대화, 빌리 조엘과의 협연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비춘다.

“연주에 대해 계획을 하지 않아요. 계획을 하면 얽매이게 되니까요.”

자기 세계를 완전히 확립한 70대 대가는 그렇게 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파이널리스트’에서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의 원제는 ‘Imposed Piece’. 지정곡이라는 뜻이다.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고 갇힌 결선 진출자 열두 명은 처음 보는 창작곡 악보를 받아들게 된다. 기교적으로 극한을 요구하는 이 곡을 8일 동안 연습해 마지막 날 자신이 선택한 협주곡과 함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야 한다. 이해의 지정곡은 스위스 작곡가 야렐의 ‘구름처럼 가벼운’.

‘파이널리스트’에서 결선곡을 마린 올솝 지휘 벨기에 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이지윤. 트리플픽처스 제공

열두 명 중 한국인은 세 명이다. 본디 친해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이지윤 ‘언니’와 임지영이 카메라를 오랫동안 차지한다. 이지윤은 임지영의 바이올린 현까지 갈아주는 ‘해결사’를 자처한다. 물론 콩쿠르에 대해서는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자다. 마침내 결선 연주가 끝나고, 수상자들이 호명되는 순간. 외국인들에게 비슷하게 들리는 두 사람의 이름이 해프닝을 빚어낸다….

두 영화의 카메라가 유지하는 시선은 비슷하다. 연주자로부터 한발 떨어져 그들의 기쁨과 침울함, 치열함과 평화를 가만히 지켜본다. 때로는 주인공을 화면 구석에 둔 채 ‘딴청’을 부리거나 아예 목소리만 놔두고 주인공을 빠뜨린다. 그런 담담함이 음악가들 내면의 뜨거움을 오히려 부각한다. 단지 예상할 만한 주제들, ‘이차크’에서는 장애 극복과 이민자로서의 삶, ‘파이널리스트’에서는 치열한 경쟁 너머의 우정, 그 이상을 굳이 담아내려 하지 않은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파이널리스트’에서는 이지윤 임지영, 나란히 결선에 오른 김봄소리 외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김남윤, 피에르 아무아얄과 후나이위안은 물론이고 2012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모리 후미카, 2015년 이 콩쿠르 결선에 오른 왕샤오의 얼굴이 반갑다. 이지윤은 2012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4위를 차지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은 2021년 3월에 개최된다. 올해 3월 24∼30일에는 이 콩쿠르 성악 부문 경연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