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공포증 이겨내려 미친듯 연습합니다”
8일 첫 내한공연을 앞둔 미국 싱어송라이터 줄리언 베이커. 전기기타 연주와 절창만으로 록 밴드 편성 이상의 정서적 충격을 끌어낸다. 강앤뮤직 제공
‘표백제로 내 속을 닦아 내려 해/사랑해 주지 않는 연인들 대신 세면대에 키스하는 일은 지겹게 했지.’(‘Go Home’에서)
미국 싱어송라이터 줄리언 베이커(24)의 음악은 핏빛 고통의 벽돌로 지은 환희의 대성당이다. 영화 ‘원스’의 주인공처럼 토로하는 그의 절창에는 드럼과 베이스기타도 방해가 된다. 대부분을 전기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빚어내는 음악. 2015년 데뷔와 함께 엘리엇 스미스(1969∼2003), 본 이베어의 작품에 비견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2월 8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처음 내한공연을 여는 베이커를 서면으로 먼저 만났다.
“저는 평생 정신 건강 문제로 힘들었어요.”
환멸과 자기혐오의 세밀화 같은 가사만큼이나 베이커는 현실에서도 솔직했다.
베이커는 기독교 신자이면서 성소수자다. 한때 마약의 늪에도 빠졌다. 혼란스러운 정체성은 그의 세계를 펑크록 기타 노이즈처럼 흔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파멸의 맛이 나는 칵테일이다.
‘그저 잠들려 했을 뿐인데, 불을 끄면 아무도 남지 않아. 자신과 나 사이에.’(‘Turn Out the Lights’에서)
소녀 같은 음성으로 고해하듯 비틀대며 노래하는 과정에서 그는 “약해진다는 것, 망가진 것들을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어둠에서 빠져나오게 해달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거기에 대비하는 방편으로 저는 미친 사람처럼 연습합니다.”
무대에 서는 일은 베이커에게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가깝다. 자신의 공연이 관객들에게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제 노래를 따라 불러 주실 때 기뻐요. 그 순간만큼은 제 경험에서 나온 암울한 노래도 상징적인 무언가가 돼서 수백 명의 사람을 연결시키니까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그건 정말 소중한 거잖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