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법정구속 후폭풍]연일 ‘재판불복’ 목소리 높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법정 구속된 이튿날인 31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다. 박주민 위원장(왼쪽)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몸을 기울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대표 지시로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김 지사의 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재판부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개혁에 맞서려는 적폐세력의 저항은 당랑거철(螳螂拒轍·자기 분수를 모르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대적하는 무모한 행동거지라는 뜻)일 뿐 반드시 국민의 힘에 의해 제압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에 대한 여당의 이례적인 집단반발은 이번 판결이 문재인 정부 탄생의 정통성을 흔들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김 지사의 향후 재판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위기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등법원의 판사들도 절대다수가 사법농단과 관련된 판사들이라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집권여당의 행태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밑동부터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을 하면 판사가 잘못된 사람이고, 마음에 드는 판결을 하면 훌륭한 판사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판사가 유죄를 인정한 증거가 잘못됐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판사 성향만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치권이 이 같은 사법부 때리기에 나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이틀째 ‘김경수 지키기’에 매달리고 있다. 박주민 최고위원 등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사법농단TF)’는 1심 판결문에 드러난 법리적 모순점을 찾아 알리는 동시에 법원행정처, 사법농단 법관 탄핵 등 사법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김 지사를 30분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도정 공백이 생기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고 죄송스럽다”며 “이른 시간 안에 판결을 바로잡고 도정에 복귀해 서부경남 고속철도(KTX)와 조선업 부활, 제조업 혁신을 마무리 짓고 성공적으로 경남 경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최고위원은 전했다.
유근형 noel@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