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 행정부 비핵화 협상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 비건, 카운터파트로 김혁철 전 北 대사 공식 확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2차회의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12.21/뉴스1 © News1
미국이 2월 말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농축 우라늄 문제를 공식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회담보다 진전되고 차별화된 비핵화 성과를 내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지난해 9.19 남북 평양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10월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시설들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에 대해선 국제 전문가 참관 하에 영구 폐기를 약속했고,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선 파괴 조치 확인을 위해 미 전문가 초청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것들은 비핵화 과정에 신뢰를 주는 조치인 반면, 풀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들은 북한의 풀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비핵화 협상 내용은 10여 년 전 6자 회담 때보다 진전됐다고 평가받기 어렵다.
2007년 2.13합의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복귀를 약속했다. 같은 해 10.3합의에선 연말까지 모든 현존 핵시설 불능화 및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기로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순히 비핵화 입구로 초기조치를 영변핵시설이라고만 할 경우 과거 6자회담 합의보다 못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그 때 하지 못했고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에 하나인 농축우라늄 문제를 제2차 정상회담 합의를 통해 분명한 성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라늄 농축 시설은 영변 내로 국한할지 아니면 미국이 의심하는, 숨겨진 곳들까지 대상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또 핵목록 신고 문제는 미국이 초기 조치로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 전에 포괄적인 신고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수준을 완전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북미 간 핵협상 교착은 미국이 핵목록에 대한 포괄적 신고를 요구했고, 이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 매번 신고와 검증 문제에 봉착했을 때, 북한은 이를 자신의 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보고, 이를 거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에 신뢰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물질, 무기, 운반수단의 리스트를 신고하라는 것은 공격 목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1월 국감에서 밝혔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출구 전략은 제재 해제, 수교, 평화협정 체결로 보는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 땅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며 대사관 국기가 내걸리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완벽한 결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비건 대표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가 자신의 카운터파트임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면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7∼19일 워싱턴 방문을 했을 때 동행했던 김 전 대사와 실무 차원의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생산적이고 집중적이며 성과 지향적인 논의를 했으며, 이를 통해 앞으로 열릴 포괄적인 실무차원 협상 계획의 첫 걸음들을 펼쳐놓을 수 있었다”며 “우리는 그 결과에 만족했으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모든 합의사항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계획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무부는 이날 비건 대표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하기 위해 오는 3일 서울로 출장을 간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르면 4일 판문점에서 북측과 실무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