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소년/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김희주 옮김/464쪽·1만8000원·출판사 클
기자 출신인 저자는 얼핏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 사건을 르포 기사처럼 생생하게 우리 앞에 되살려냈다. 우연히 본 옛날 기사에서 포착한 뒤, 과거 재판기록은 물론이고 소년의 묘비까지 찾아내는 등 끈질기게 단서들을 뒤졌다. 사건 발생일의 날씨, 일출·일몰 시간까지 계산해서 묘사하는 치밀함도 보인다.
단순히 정신병자나 사이코패스의 소행으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을 저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정신병동으로 옮겨진 소년은 치료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극심한 정서적 학대를 겪은 사실을 밝혀냈다. 13세 아동이 감내하기엔 고된 육체적 노동에도 시달려 정신적 장애도 안고 있었다.
모두에게 잊혀진 한 소년의 끔찍한 범행. 그 속살에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산업화를 빙자해 아동 인권을 방치했던 영국 사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밝혀낸 수작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