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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도 넘은 법관공격 적절하지 않아”

입력 | 2019-02-02 03:00:00

‘김경수 판결’ 사흘만에 입장 밝혀… 법관 독립-법치주의 훼손 우려
법관들 “재판불복 강력 대응해야”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굳은 표정이었다. 취재진이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 1심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불복 움직임에 대한 의견을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김 대법원장이 김 지사 판결 이후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대법원장은 “판결의 내용이나 결과에 관해서 국민들께서 건전한 비판을 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또 “우리나라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면 판결 결과에 불복이 있는 사람은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 불복할 수 있다는 것도 말씀드린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를 법정 구속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중 대법원장 비서실 소속 판사로 근무한 이력을 거론하며 사법농단 적폐 척결을 추진하는 정부 여당에 대한 보복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법관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판결 불복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판사들의 인터넷 비공개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김 대법원장이 재판 불복 움직임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판결 결과로 저렇게 법원을 흔들면 법치주의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대법원 판결도 안 믿는데 1심 판결이라고 믿겠나. 사법부는 망했다”고 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