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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10개 혐의중 9개 유죄… 1심 무죄 6개월만에 대반전

입력 | 2019-02-02 03:00:00

[안희정 2심 법정구속]항소심, 징역 3년 6개월 선고




구치소 호송차 오르는 안희정 수행비서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과거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복역한 안 전 지사의 구속 수감은 이번이 네 번째다. 뉴시스

‘위력으로 제압당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위력이 충분히 행사됐다.’

수행비서 성폭행 등의 혐의로 2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4)의 1, 2심 판단은 180도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4)를 업무상 위력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했다고 봤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김 씨에게 ‘무형적 위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반면 1심 재판부는 ‘유형적 위력’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으면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항소심 징역 3년 6개월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만 67세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대학 시절인 1986년과 198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두 차례 복역한 안 전 지사는 2003년 12월 불법 정치자금 5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이번이 네 번째 구속 수감이다.

○ “권력적 상하 관계로 저항 어려워”

2심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 수행비서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 첫 성폭행을 당하는 등 안 전 지사의 위력이 행사된 범죄의 피해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권력적 상하 관계에 있어 김 씨가 적극 저항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유죄가 된다는 1심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김 씨가 지방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지사와 비서라는 관계 때문에 안 전 지사에게 순종해야 하고, 내부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점을 안 전 지사가 악용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가 피해를 당한 다음 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식당을 알아보고, 안 전 지사에게 텔레그램 이모티콘을 보낸 것은 김 씨가 저항하지 않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성폭행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차별, 양성평등,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에게 ‘피해자다움’이 없었다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피해자 진술 신빙성 있어”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 진술보다 김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진술만으로는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안 전 지사의 방에 가게 된 경위, 상황과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한 행동과 말 감정 등이 구체적이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 못할 상세 진술”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범행 시점을 일부 혼동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김 씨의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허위 사실을 지어냈을 리가 없어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법정에서 안 전 지사가 2017년 8월 공중화장실 앞에서 김 씨를 성추행한 경위와 관련해 진술을 번복한 점은 2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 진술을 배척한 빌미가 됐다.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다른 사람이 없는 곳이었으니 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2심에선 다시 “잘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했다.

○ 2심 재판부에 여판사 포함


1심 재판부는 판사 3명이 모두 남성이었으나 2심 재판부엔 여성인 성언주 판사(44·사법연수원 30기)가 포함됐다. 최근 판사 ‘사무분담위원회’에서는 “여성 피해자들의 사건을 많이 심리하는 성폭력 전담 재판부에는 여판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심 재판장인 홍동기 서울고법 부장판사(50·22기)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대법원 공보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 등으로 일했고, 14일부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한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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