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강의” ● “위압적 군기 잡기” ● “꿈꾼 것과 다른 학과 현실” ● 자퇴생 6명 심층 인터뷰
한 대학생의 자퇴원서. 대학에 ‘환멸’을 느껴 자퇴한다고 씌여있다.
교육부의 ‘최근 3년간 대학 및 전문대학 중도탈락학생 현황’에 따르면 대학 자퇴생은 2015년 6만6000여 명에서 2017년 7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왜 자퇴를 선택했을까. 자퇴생 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시험은 단순 암기대회”
강모(20) 씨는 “기대와 다른 대학 생활에 실망해 K대 경찰행정학과를 자퇴했다”고 밝혔다. 대학은 학내 문제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았음에도 학교와 총학생회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했다. 수업과 시험 방식도 불만이었다. “준비 없이 강의에 임하는 교수에게 실망했다. 시험은 일주일 전에 집어주는 문제가 출제됐는데, 성적을 위한 단순 암기대회였을 뿐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D대 생활체육과를 자퇴한 조모(25) 씨는 ‘선배의 군기 잡기’에 질렸다. 그는 “선배들이 기합을 주거나 몽둥이로 체벌하는 위압적인 분위기였다”고 학교생활을 회상했다. S대 무용학도였던 이모(24) 씨는 학과 관행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자퇴했다. 이씨는 “졸업 후 무용단에 들어가려면 경력을 쌓아야 했다. 작품에 참여할 때마다 의상, 소품, 헤어, 메이크업, 레슨비에 수고비까지 들었다”고 했다.
“대학 다니면서 생각 달라져”
조모 씨는 고3 때 댄스스포츠를 접한 후 생활체육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적성과 맞지 않아 자퇴했고, 지금은 과학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방황한 2년의 시간이 아쉽다”고 했다. H대 건축학과를 떠난 강모(25) 씨는 진로를 찾지 못한 채 대학에 갔다고 한다. 입대 후 군 생활에 만족한 그는 자퇴한 뒤 직업 군인이 됐다. 성균관대 학생인재개발센터 컨설턴트 김설형 씨는 “취업 목표를 설정한 학생도 대학을 다니며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모(26) 씨가 C대에 진학한 것은 학벌 때문이었다. 이씨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서 진학했다. 그런데 가보니 내가 배우고 싶은 걸 가르치는 곳이 아니더라”고 했다. 결국 이씨는 대학을 관뒀다.
자퇴생들은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말미암아 번민하기도 했다. 군인인 강씨는 “‘지금까지 공부한 게 아깝지 않으냐’ ‘대학 졸업장은 필요하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을 그만둔 사실이 자퇴생의 미래까지 구속하지는 않는다. C대 자퇴생 이씨는 해외 이주를 꿈꾸면서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다.
유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이 기사는 신동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