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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복동이다” 연휴에도 외침…별세 후 두번째 수요집회

입력 | 2019-02-06 14:18:00

단상에 영정 모시고…“日사죄·배상 요구 이어갈 것”
“조의금 2억 넘어…생일맞춰 ‘김복동 장학생’ 선정”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137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고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이 놓여 있다. © News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달 28일 93세를 일기로 눈을 감은 이후 두 번째 수요집회가 6일 열렸다. 설 연휴 마지막날이지만 평시와 다를 바 없는 인원이 집회 장소를 메웠다. 수요집회 참가자들은 김 할머니의 뜻을 이어 끝까지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다졌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기억연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자리에서 제1373차 수요집회를 열고 ‘내가 바로 김복동이다’라고 외치며 김 할머니 별세 이후에도 일본 정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김 할머니의 영정이 단상 앞에 놓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보라색 천 위에 올라간 김 할머니의 영정 앞에 추모의 의미로 꽃을 올려두기도 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설날이면 길원옥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께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 “오늘 수요집회에는 김 할머니가 영정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데 우리의 세배를 받고 기뻐하실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137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윤 대표는 김 할머니의 생전 행적을 정리해 소개하면서 “김 할머니는 콩고·우간다·이라크 등에서 전쟁 중 성폭력을 당한 여성과 전쟁 중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써달라며 전재산을 탈탈 털어서 기부를 했다”며 “베트남전 중 한국군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도 기부를 하는 등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 위해 마음과 정성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느 추웠던 수요집회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함께 참석했었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 가슴을 짓눌렀었다”며 “김 할머니는 현수막을 걷어차고 나와서 ‘이 할머니도 희망을 가지고 매주 수요일 거리에 나오니 힘내세요’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로 ‘쨍 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는 노래를 불렀다”고 김 할머니를 추억했다.

또 “할머니가 남긴 사랑은 ‘너희 아픔도 크지만 그럴수록 다른 사람 아픔도 돌아보라’고 가르쳐준 것 같다”며 “그런 할머니의 생각이 5일장 내내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지난 27년간 할머니가 쏟아낸 목소리가 해외 각지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김 할머니의 조의금 명목으로 2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면서 이 금액을 김 할머니의 유지를 받드는 데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2억원 넘는 모금액 중 1억원이 넘는 금액은 김 할머니의 장례식에 쓰였고 나머지는 기부할 것”이라며 “할머니의 사후 첫 생신인 오는 4월17일 수요일에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해 곳곳에서 노력한 활동가의 자녀들 중 ‘김복동 장학생’을 뽑아 장학금 200만원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2019년 새해가 시작되고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벌써 두 분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와 이별했다”며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배상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