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철 지질자원연구원장 인터뷰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정부출연연구원이 앞으로는 대기업 등 민간 부문이 리스크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장기적인 대형 과제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역할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지난해 8월 원장에 취임해 ‘창립 70주년, 기원 100주년’의 한 해를 보낸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60)은 6일 신년 인터뷰에서 “정부출연연구원(출연연)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과 국가의 요구에 좋은 대답을 내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1918년 조선총독부 지질조사소로 시작해 1948년 대한민국 상공부 중앙지질광물연구소가 됐다.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해다.
―최근 잇단 강진으로 지진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30년 동안 지진관측 시스템을 완비했고 170개의 지진관측소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북한 핵실험도 체크하고, 고속열차의 안전도 챙긴다. 기상청도 이 자료를 활용한다. 지진 조기경보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국민 불안을 덜겠다.”
―지질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는데….
“구글과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의 대부분은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이다. 출연연은 각자 중요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를 구축, 활용하는 데 소홀하다. 우리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과 함께 지질 연구결과 및 데이터를 활용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스마트 지오플랫폼 구축 사업’을 출연연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몇 개라도 세계 최고의 연구결과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그동안 주요 사업과 그에 딸린 과제가 너무 많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웠다. 다른 출연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 보니 연구개발 결과물과 특허를 쏟아내고도 혁신 기술이 없어 ‘코리안 패러독스’란 말이 나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
“연구현장과 정부의 쌍방 과실이다. 연구현장은 과제를 따내 인건비를 충당하는 연구과제중심운영체제(PBS) 환경 아래서 수주가 쉽고 개인 평가를 잘 받는 연구에만 매달리는 매너리즘에 빠졌다. 정부는 재임기간 성과를 낼 과제만 요구하고 단기 평가로 자율성을 억제했다.”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조직문화 혁신실을 만들었다.
“비전을 현실화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젊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또 도시락 미팅을 통해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한다. 올해는 국민과 함께하는 지질여행 등의 행사를 통해 국민에게도 성큼 더 다가서겠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