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15일 만에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외화 포함 23번째, 한국 작품으로는 18번째 ‘천만 영화’다.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1000만명 이상이 봤다. 지난해 1227만5843명을 모은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에 이어 6개월 만이다. 코미디 영화로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2013·〃1281만1435명) 이후 6년 만이다.개봉 첫 날(1월23일) 36만8442명이 봤으며,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개봉 4일째 200만, 5일째 300만 관객을 넘기면서 손익분기점인 230만명을 넘어섰다. 개봉 8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 12일째 700만, 13일째 800만, 14일째 9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파죽의 흥행가도를 달렸다.
◇팍팍한 삶, 웃음으로 위로받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원 5인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8) 등을 연출한 이병헌(39)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류승룡(49)·이하늬(36)·진선규(42)·이동휘(34)·공명(25) 등이 출연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웃을 일이 없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긴 것이 가장 큰 흥행성공 비결로 손꼽힌다. 치킨을 소재로 소시민의 애환을 잘 그려냈다.
곽영진 영화평론가(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는 “코미디 영화는 기본적으로 웃겨야 하고, 재치있고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이 감독이 코미디 장르에 독보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 잘 발휘됐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호흡이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배경을 보면 경제상황이 안 좋다. 그렇다보니 진지한 영화보다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많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선호와 함께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다.”
진승현 호서대 영상미디어전공 교수는 “‘형사’라는 극한직업과 ‘치킨집’이라는 소재의 선택이 좋았다”며 “‘형사물’하면 보통 범죄나 암울함을 떠올리는데,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감독이 캐릭터 하나하나를 잘 살려냈고, 배우들도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선보였다. 삶에 지친 소시민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면서 대리만족을 안겼다”고 짚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 감독 특유의 말맛과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잘 어우러져 웃음을 줬다”며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은 정통 코미디에 대한 관객들의 목마름도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어수룩하고 답답하고 대책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팍팍한 요즘 세태에서 극한의 생업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평범한 서민들이 ‘극한직업’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보며 힐링을 받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각종 외부 요인도 흥행성공에 한 몫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설 연휴에 가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극한직업’은 연휴기간 매일 100만명 전후의 관객을 추가, 기존의 설 연휴 최다 관객 보유작인 ‘검사외전’(감독 이일형·2016)의 478만9288명도 넘어섰다. 경쟁작으로 지목된 ‘뺑반’(감독 한준희)의 기세가 일찍 꺾이면서 반사이익도 얻었다.
진 교수는 “‘극한직업’이 대진운도 따라줬다”며 “설 연휴 특수를 마음껏 누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영화의 부진이 계속됐는데, 간만에 한국영화계에 단비가 내린 것 같다”고 평했다.
관객들의 호평도 흥행성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설 연휴에 온 가족이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로 입소문이 났다”며 “영화가 쉽고 선정성, 잔인함이 없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관객 저변이 빠르게 확장됐다. 본인이 영화를 본 후에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또 봐야겠다’는 관람평이 많았다”고 전했다.
곽 평론가는 “상당히 재밌긴 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며 “하지만 입소문이 굉장히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재밌다’ ‘웃기다’ 등의 좋은 평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