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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철, 트럼프에 “주한미군 철수 거론 않겠다” 약속

입력 | 2019-02-07 14:17:00


북한이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2차 방미를 통해 미국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직접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17~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측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방미 둘째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친서를 전달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는 전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뉴시스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에도 주한미군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제3자가 아닌 자신들의 입으로 직접 밝히며 논란을 매듭 지으려 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문제는 지난해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 이후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음에도 ‘철수’ 논쟁이 계속됐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가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70여년간 쌓인 적대와 불신도 깔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정상회담 후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도, 지난해 9월 대통령 특사로서 김정은 위원장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약화나 주한미군 철수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혀도 반대 진영의 우려는 줄어들지 않았다.

미 조야뿐만 아니라 행정부 내부에서도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해올 거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았다. 정 실장 등 한미 채널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것만으로는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여전했다는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와 특히 종전선언이 주한미군의 지위와 전혀 관련이 없단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그동안 한국을 통해 전해 듣다 보니 완전한 신뢰를 갖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 김 부위원장의 2차 방미를 계기로 직접 듣게 되면서 신뢰를 하게 됐다”며 “김 위원장이 김 부위원장의 방미 보고를 받으며 ‘만족’을 표하게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친서에도 이 부분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과 ‘외부 전략자산 등 전쟁장비 반입 중지’를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관련 언급은 하지 않은 점도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북한은 지난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때도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내부 선전용이라고 밝히는 동시에,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되 역내 지역 안정을 위한 역할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관련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받은 영향이 없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뉴시스에 “평화체제 문제와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 맞다”며 “김 부위원장은 2차 방미 때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주한미군 문제는 꺼내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