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혼 여성들은 35세가 넘어가면 출산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기혼 여성들 중 2명 이상의 자녀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출산율은 그에 못 미쳤는데, 여성들은 그 원인으로 어려운 일·가정 양립 실현과 양육 부담을 장애물로 꼽았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녀 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 현재 배우자가 있는 15~49세 유배우 여성의 84.8%가 ‘향후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여성들은 대부분 35세 이전에 출산을 마치는 경향을 보였다. 연령별로 향후 출산 계획이 없는 유배우 여성 비율은 25세 미만 45.8%, 25~29세 46.3%, 30~34세 55.9% 등 30대 초반까진 50% 안팎을 보이다가 35~39세 때 82.3%로 26%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이후 40~44세 94.4%, 45~49세 98.7%까지 올라간다.
출산 계획을 세운 경우도 25세 미만에서 44.2%로 가장 높았다가 30~34세 때 30.2%까지 서서히 낮아진 뒤 35~39세 때 3분의 1 수준인 11.9%까지 급감했다. 40세 이후부턴 3.4%와 0.7% 등으로 집계됐다.
연구를 맡은 이소영 보사연 연구위원은 “대부분 출산이 35세 이전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만혼화 현상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자녀 출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간이 짧다는 의미이며 이것이 출생아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출산 계획이 없어 출산이 완결된 유배우 여성 9011명은 출산 중단 이유로 ‘자녀 수가 충분하다’는 것과 함께 ‘본인의 고연령’을 많이 꼽았다(각 20.1%). 이는 향후 출산 계획과 당사자 연령 간 관계가 실제로 높다는 방증이다.
보통 실제 출산한 자녀수와 향후 출산을 계획한 자녀수를 더한 것을 ‘기대자녀수’라고 부른다. 특히 유배우 여성의 기대자녀수는 여성이 전체 가임 기간에 낳은 평균 자녀수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결출산율’로서 의미가 있다.
조사 결과 기대자녀수는 1.92명이었다. 구체적으로 2명이 60.9%로 가장 많고 1명(21.2%), 3명 (14.2%), 무자녀(2.1%), 4명 이상(1.6%) 순이었다.
이는 출생아수인 1.75명보다는 많지만 평소 기혼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수 2.16명보다 0.24명 적은 수치다. 우리나라 기혼 여성들은 원하는 만큼 자녀를 출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출산력 조사에선 15~49세 기혼 여성 1만1207명(무응답 제외)에게 ‘인생 목표를 실현하는 데 적정 자녀수’를 물었다.
‘나 자신과 관심 있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 ‘소득과 재산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 등의 문항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1명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0명이라고 답한 비율도 20.9%에서 27.7%, 19.5%에서 25.1% 등으로 증가했다.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절반이 넘는 56.5%가 1명이 적정하다고 답해 이 또한 적은 자녀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소영 보사연 연구위원은 “국가가 개인에게 (출산이라는) 선택을 강요해선 안 되지만 선택하고 싶은 항목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필요하다”며 “자녀 출산과 양육을 위한 경제적 지원,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이 최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