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마라톤동호회 ‘런너스 클럽’ 첫 여성회장 강민자씨 유명한 마니아 남편 따라 시작… 2012대회땐 여성의 꿈 ‘서브4’ “천천히 즐겁게 평생 달려야죠”
강민자 씨 제공
“‘동마’를 대비한 이번 주 ‘토달’에는 짧은 거리를 힘 있게 뛰는 훈련을 할 겁니다.”
‘동마’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대회를, ‘토달’은 토요일 달리기를 줄인 말이다. 짧은 거리가 20km 수준이다. 지난주에는 32km를 달렸다.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인 인터넷 카페 ‘런너스 클럽’(런클)은 3월 17일 열리는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 대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체계적 훈련이 한창이다.
회원 2만4000여 명인 이 클럽에서 최근 여성 회장이 선출됐다. 1999년 클럽이 생긴 이래 여성 회장은 처음이다. 강민자 씨(54·사진)가 주인공이다.
“제 닉네임이 ‘가쁜걸’입니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을 때 조금만 달려도 숨이 너무 가빠서 붙인 별명이에요.”
‘런클’은 매주 지역별로 달린다. 전국 모임도 1년에 1, 2번씩 한다. 동아마라톤 등 큰 대회 때는 자체적으로 ‘페이스메이커’나 응원단을 운영한다. 학습지 교사 일까지 하는 강 씨에겐 만만찮은 스케줄이다.
강 씨는 “남편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남편 윤평일 씨(58)를 따라 ‘런클’에 나가면서 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윤 씨는 풀코스를 2시간 40분대에 달리는 준프로급 마라톤 마니아다.
“가족끼리 단란하게 주말을 보내고 싶었는데 남편이 토요일마다 달리기를 나가더라고요. 결국 제가 가족들을 데리고 여의도에 갔다가 같이 달리기 시작했죠.”
운동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던 강 씨는 속도를 맞춰 함께 달려주는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체력과 기록을 끌어올렸다. 10km, 하프 마라톤을 거쳐 2004년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했다. ‘런클’의 상징인 노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달리다 만날 때마다 “힘내라”고 응원해 준 덕에 4시간 27분에 완주했다.
강 씨는 이제 기록 욕심을 내지 않는다. 처음 달리는 사람들과 속도를 맞춰 페이스를 잡아 주는 ‘코치’ 역할에서 재미를 찾는다. 천천히 즐겁게 달려야 평생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