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사진=중앙응급의료센터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향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인술 충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항시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며 생전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윤한덕 센터장의 선배이자, 25년 지기인 유 교수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뭐라 형언할 길이 없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유 교수는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특별히 위장약을 먹는 거 외에는 어디 아프다는 이런 건 없었다”며 “제가 보름 전에 만났었고, 그런 일이 있기 한 며칠 전에 서로 전화통화도 했다. 전혀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라는 자리는 대한민국 전체의 응급의료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라며 “그러다 보니까 누구보다도 책임 의식이나 이런 게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친구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굉장히 완벽주의자적인 그런 성격이 좀 있었다”며 “그래서 센터장실에다 야전 침대 같은 걸 갖다 놓고 그렇게 산 지가 한 10년이 넘는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그간 고인이 해왔던 업무와 관련해 “대한민국 전체 500개가 넘는 응급 의료 기관과 또 재난 발생 시 의료진도 같이 보내야 하는 이런 모든 것들을 총괄하다 보니까 낮에는 회의 등에 참석하고, 나머지 해야 할 여러 가지 서류 작업 등을 밤에 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집에 갈 틈이 없고, 그 생활이 10년 넘게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센터장이 워낙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제가 많이 혼냈다. ‘너는 너 혼자만이 아니다, 너희 애들은 뭐냐, 몇 년 하고 말 거 아니지 않느냐, 집에 자주 가고 잠도 편안하게 자고 와라’ 등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며 “(그럴 때마다 윤 센터장은) 아직은 멀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연휴 기간 의료계의 근로 환경과 관련해 “명절 때는 응급 상황이 많이 생기지 않나. 그래서 응급 의료하는 사람들은 명절 연휴가 긴 걸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며 “명절 연휴가 길면 저희들 사이에서는 지옥문이 열린다는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경 국립중앙의료원 행정동 2층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윤 센터장의 1차 부검 결과,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라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