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등 기업 대상… 기관투자가에 가이드라인 우려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상장사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할지를 주총 전에 미리 공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의견에 민감한 기관투자가나 민간 자산운용사를 우군으로 확보해 표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8일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3월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갖고 있는 기업(1월 말 현재 80개사)이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총액에서 1% 이상인 기업(2017년 말 21개사)의 주총 안건 전체가 대상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네이버 등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가 대거 포함된다. 국민연금은 또 수탁자책임위가 주총과 관련해 결정한 안건도 주총 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주총이 끝난 뒤에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했는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수탁자책임위의 전신인 의결권전문위원회가 검토한 일부 안건에 대해서만 주총 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개했다.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이 시장과 기업에 미칠 여파를 감안해서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의 이사 연임이나 보수와 관련된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면 주총 표 대결은 물론이고 사회적 논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