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수도권 차례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태전은 출신지가 바뀐 대표적 음식이다. 1970, 80년대 ‘국민 생선’이란 명칭이 어색하지 않았던 명태는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생선이 됐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러시아산 수입 명태가 국내산의 빈자리를 메웠기 때문이다. 명태가 국민 생선의 타이틀을 내주게 된 이유는 싹쓸이 어획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인근의 수온 상승이 꼽힌다. 특히 동해는 지구 해양 평균보다 약 1.5배 빠르게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 한대성 어종인 명태의 출신지가 바뀌고 있다.
홍동백서 중 ‘홍’에 해당하는 사과 역시 출신지가 바뀌었다. 사과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산, 영천, 경주 등 경북지역이 주산지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의 사과 재배 면적은 줄어든 반면에 정선, 영월, 양구 등 강원 산간 지역에서 늘어나며 시장에서 강원도 출신 사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차례상 주인공 과일인 단감 역시 경남 김해, 창원, 밀양에서 경북 포항, 영덕, 칠곡으로 재배 지역이 넓어졌다.
지구온난화가 한창 이슈로 떠오른 시절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애국가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구절이 ‘남산 위의 저 야자나무’로 바뀌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설 차례상에서 보듯 우리는 식성 변화 없이 양파나 명태를 식탁에 올리고 있지만 모르는 사이 출신지가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심지어 한국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 당시의 우스갯소리가 이제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차례상의 출신지는 물론이고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조차 바꿔야 할지 모른다.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몇 년 전 정부가 명태를 찾기 위해 내건 현상금 포스터 문구다. 현재는 4년째 이어진 명태 인공 수정과 방류 사업을 통해 국산 명태 발견 소식이 하나둘 들리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평가될 것이다. 이러한 사례처럼 이제는 차례상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도 날씨 경영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