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유튜버의 세계’ 집중 탐구
유튜브 채널 ‘마이린TV’를 운영하는 최린 군이 집에서 장난감 ‘닌텐도 라보’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모습. 구독자 76만 명을 가진 최 군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영상을 촬영한다(왼쪽 사진). ‘여우린TV’ 운영자 최연우 양(오른쪽 사진 오른쪽)이 1일 경기 용인시에서 친구와 영상을 찍고 있다. 구독자 5만여 명의 최 양은 교내 축제, 체육대회 등을 주요 방송 소재로 삼는다. 김동주 zoo@donga.com / 용인=원대연 기자
○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일상이 곧 콘텐츠
“안녕하세요, 마이린입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집에서 만난 최 군은 “아빠와 함께 유튜브 키즈 대회에 나갔다가 영상을 찍어 올리면 장난감을 준다고 해서 시작했다. 조회 수 올리는 재미로 꾸준히 하다 보니 요새는 하루에 댓글만 1000∼2000개가 달린다”고 말했다.
또래 학생들을 주요 구독자로 둔 최 군의 일상이 모두 콘텐츠다.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졸업 선물 교환 등을 촬영해 올린다. 또래에게 인기가 많은 슬라임, 바퀴 달린 운동화(힐리스) 등도 방송 소재다. 최 군은 “편의점, 문방구에서 인기가 많은 것들을 사서 영상을 찍기도 하고 포털사이트 트렌드 검색 기능도 자주 쓴다. 요새 무엇이 인기가 많은지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1업로드를 원칙으로 삼는 최 군은 별도의 대본 없이 스스로 방송을 진행한다. 촬영은 주로 아버지 최영민 씨(48)가 스마트폰으로 한다. 초창기에는 최 군이 직접 편집을 하기도 했지만 채널 규모가 커지면서 편집 담당자를 1명 채용했다. 집 안에는 간단한 조명 시설을 갖춘 최 군만의 스튜디오도 뒀다. 최근에는 최 군의 어머니도 채널을 새로 개설했다.
10대 유튜버 하면 염려스러운 학업과의 병행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매일 업로드를 하지만 영상 촬영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한다. 아버지 최 씨는 “6개월마다 성적 공개를 콘텐츠로 만들다 보니 오히려 성적도 좋아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군은 지난달 프로농구 경기에서 시투를 하기도 했다. 목표는 구독자 100만 명 돌파. 최 군은 멘토링 등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 구독, 댓글 활발한 또래 등에 업은 10대 유튜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최연우 양(16)은 혼자서 방송 촬영, 편집 등을 다 하는 케이스다. 최 양이 운영하는 ‘여우린TV’의 구독자는 현재 5만여 명이다. 교내 축제, 체육대회, 아이돌 가수 콘서트 관람 등 일상이 주요 콘텐츠다. 라면 끓이기, 화장법 등도 소재가 된다.
1일 경기 용인시에서 만난 최 양은 초등학생이던 2015년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구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최 양은 “아무래도 10대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영상 구독이나 댓글 달기 등을 활발히 하는 만큼 (그들을 주요 시청자로 하는) 10대 유튜버들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내 일상을 주로 영상으로 찍는 최 양은 현재 사전 동의를 얻은 친구들에 한해 함께 영상에 내보낸다. 최 양은 평소 5∼10분 영상 편집에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자신의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만으로 촬영하는 최 양은 고가의 촬영장비보다 편집을 통한 보정 작업을 추천했다.
학업과의 병행이 고민스럽긴 하지만 유튜버 생활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최 양은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미디어영상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패션 등 콘텐츠를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 “수입만 보고 시작할 직업은 아냐”
높은 인기만큼 관심이 높은 것이 수입이다. 광고 종류, 시청 시간 등에 따라 책정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통상 조회 수 1당 약 1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억대 연봉을 받는 유명 유튜버도 적지 않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간접광고(PPL)도 붙는다. 구독자 수에 따라 관련 영상 한 건당 수백만, 수천만 원씩의 광고료를 받기도 한다. 관련 굿즈 사업을 하는 채널도 있다. 마이린TV의 최 군은 부모가, 여우린TV의 최 양은 자신이 직접 수입을 관리한다.
그러나 높은 수입은 유튜버의 단면을 보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 최영민 씨는 “마이린TV도 아무도 유튜브 시장이 형성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때 시작했기에 경쟁력이 있었다. 첫 구독자 100명을 모으는 데 3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여우린TV의 최 양도 “초반에는 열정페이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입만을 보고 시작하면 유튜버라는 직업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악성 댓글 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양은 또 “트렌드만 좇다 보면 나만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같은 소재더라도 편집이나 배경음악으로 차별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 군은 “무엇이든 꾸준히 올리는 게 중요하다. 영상이 흔들리면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만큼 어린 친구들에겐 꼭 삼각대를 마련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