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훈 웹소설 작가
문득 떠오른 문장이었다. 동시에 서재 어딘가에서 잔뜩 먼지를 먹고 있을 낡은 책이 떠올랐다. 오래전 억지로 읽은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희한하게도 글귀만은 온전히 머릿속에 안착해 눈앞에 떠올랐다. 문득 떠오른 단어에 어린 시절 올려다보던 별무리를 기억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동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꼭 나쁜 삶을 살아온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많은 책들 중에서 왜 굳이 별이었을까. 이유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어릴 적 차창을 비껴들던 햇살 아래 억지로 책장을 넘기던 어린 시절이 그리웠기 때문이 아닐까.
소년은 벌써 이룬 것도 없이 마흔을 넘보게 되었다. 따뜻했던 일상은 온기조차 깨닫기 어려울 정도로 바빠졌고, 모험을 찾아가던 소년은 살아가는 것이 모험이 되었다. 고개를 꺾어야 간신히 보였던 담벼락의 끝은 이제 고작 허리 아래에 머무르지만, 마음은 한 자락도 자라지 않은 채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꿈인 비루한 인간으로 자라나고 말았다. 매일이 위기인 세상 속에서 문득, 양을 치는 순수한 목동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위기라고 말했다. 승리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한결같이 세상은 위기라고 말했다.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 개인은 ‘열정’과 ‘노력’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살아남는 것이 기적이 된 일상에서, 양을 치며 별을 헤아리는 목동의 행운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별은 보이지 않지만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어쩌면 글의 마지막처럼 언젠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별님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다 어깨에 기대’어 올지도 모른다. 살아남는 것이 기적이 된 세상 속에서 모두에게 일상의 기적이 찾아오기를. 그 기적을 기다리며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를.
권희훈 웹소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