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를 주고받는 사이에서 ‘성실’이란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다. 가해자가 성실했다고 주장해도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죄라고 느끼지 못한다면 성실한 사죄라 하기 어렵다. 그것도 여성의 명예와 존엄,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무척 다루기 힘든 과제를 거론하면서 ‘성실’이란 그리 가볍게 쓰일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비근한 예로 2015년 12월 이뤄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는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실함’이 결여된 내용이 문제였다. 합의문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도 담겼지만 피해자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일본이 과거 몇 차례 사과를 한 것은 사실이다.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의 위안부 모집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했고 1995년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사죄편지와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모리 등 역대 총리 4명이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냈다. 이렇다 보니 그들 표현대로 ‘골포스트를 옮기는 경기’를 강요당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싶을 수 있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