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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교수 “비핵화과정에 日역할 없다니 쇼크”… 문정인 “자꾸 한국 음모론 꺼내는 日에 쇼크”

입력 | 2019-02-11 03:00:00

한일관계 갈등 드러낸 도쿄심포지엄
日측 “北 비핵화 의지 믿기 힘들어”
文 “日, 자기 원하는것만 말해선 안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역할이 하나도 없어 쇼크 받았다.”(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현재 구조에서 일본 역할은 하나도 없을 수밖에 없다.”(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9일 일본 도쿄(東京) 게이오(慶應)대에서 열린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구상’ 심포지엄에서 한일 학자들 간에 서로 ‘쇼크’를 받았다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에 실망하고 있는 일본, 그러한 일본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는 한국의 속내가 그대로 묻어났다.

문 특보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주제로 30분간 기조발제를 했다. 기미야 교수는 토론 시간에 “문정인 특보의 (기조발제) 논문을 읽고 쇼크를 받았다. 일본에 대한 언급이 한 곳도 없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에 일본의 역할이 그만큼 없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문 특보의 논문에 저는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기미야 교수는 쇼크를 받았다고 하니, 저는 그게 더 쇼크다”라고 대응했다.

이에 문 특보는 “북한 비핵화 문제는 양자, 삼자 논의 구조다. 과거처럼 6자회담이면 일본 역할이 있겠지만, 지금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발 더 나갔다. 이어 “일본 언론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싶다. 1∼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요청으로 납치 문제를 제기했고, 수차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파견해 아베 총리에게 (남북, 북-미)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며 한일 협력 사례를 강조해 설명했다.

이에 기미야 교수가 “일본 정부와 시민들은 ‘북한 비핵화를 믿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솔직히 말해 나도 그런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일본 외무성은 유럽연합(EU) 같은 데 가서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한 우리 대통령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며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일본이 너무 심하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은 부정적인 외교만 적극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판(한반도 화해)이 되는 쪽으로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도 쇼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에 올 때마다 쇼크를 받는다. 항상 음모론을 제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부를 좌지우지한다’, ‘친북 정권이다’ 등이다. 한국을 잘 아는 분들도 그런 말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팔인 김경수(경남도지사)가 구속됐다. 대통령이 사법부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모론 가지고 한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상이 변하는데 일본은 자기 원하는 것만 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