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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만에 문 닫는 ‘강진연탄공장’…1천여 가구 ‘발동동’

입력 | 2019-02-11 09:02:00

소비량 절반으로 감소해 경영악화 ‘폐업’
강진·장흥·해남·완도 영세서민 ‘어쩌나’



절기상 대설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연탄공장에서 직원들이 본격적인 추위를 앞두고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2018.12.6/뉴스1 © News1


전남지역 대표 연탄제조공장인 강진연탄공장이 조만간 사라진다. 겨울철 영세 서민들 삶의 애환과 함께 해온 지 52년 만이다.

강진연탄공장은 그간 강진·장흥·해남·완도 등에 제조한 연탄(25공)을 공급해 왔는데, 지역주민들은 폐업에 따른 연탄 공급대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11일 강진군과 강진연탄공장에 따르면 강진연탄공장이 이달 안에 친환경 에너지 장려정책 등 시대적 변화와 연탄 소비량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로 폐업한다.

지난해 강진연탄공장의 연탄 생산량은 3300톤으로, 전년의 5500톤보다 2200톤 감소한 수치다.

이 공장에서 제조한 연탄 한 장당 소매가는 685원이다. 가정배달 땐 강진읍권역 800원, 해남읍권 830원, 장흥읍권 850원 등 지역에 따라 다르다.

‘88올림픽’ 이후 석유 보급 보편화로 연탄 소비가 줄면서 지역의 연탄제조업체들은 줄지어 도산했지만 이 공장만은 힘겹게 버텨왔다.

연탄 소비패턴이 영세 서민위주로 바뀌면서 저소득층의 애환을 무작정 ‘나 몰라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업체는 ‘적자’라는 무게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다고 판단, 조만간 폐업신고서를 군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강진연탄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연탄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날 현재 강진·장흥·완도·해남 등 연탄사용 세대 수는 대략 1000가구 이상. 에너지 저소득층인 이들 대다수는 각 기초자치단체의 연탄바우처 사업을 통해 연탄을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초단체도 연탄공급처를 바꿔야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에너지 저소득층은 연탄바우처를 통해 한 차례에 한해서만 연탄을 공급받은 뒤 다 떨어지면 사비로 연탄을 구입해야 한다.

광주와 전남에서 이들이 연탄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광주 남선산업과 화순 화광연탄공장 등 두 곳뿐인데, 이들 공장에서 가정배달을 받으려면 최소 1000장 이상 주문해야 한다.

낮은 이윤과 배달 노동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인데, 강진연탄공장은 몇 백장만 주문해도 가정배달이 가능했다.

남선연탄 측은 1톤 화물차 기준 1000장, 2.5톤 기준 1500장의 연탄을 실을 수 있는데, 해당 지역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최소 1000장을 채운 뒤 배송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저소득층은 평균 5개월(11~3월)간 난방용 연탄을 사용한다. 2인 사용량이 대략 500~600장인 점을 감안하면 한 번에 1000장을 주문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선연탄 장당 가격은 850원으로 1000장 주문 땐 85만원의 구입비가 드는데, 월소득 평균 30만원 미만인 에너지복지 저소득층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운 비용이라는 얘기다.

강진군에 사는 주민 이모씨(75)는 “홀로 살면서 한 해 평균 300~400장 쓰는데, 3년분치를 미리 사서 보관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비용도 문제지만 보관장소도 없다”고 말했다.

강진연탄공장 관계자는 “남은 물량이 200톤 남았는데, 이달 안에 다 팔면 공장 문을 닫을 것”이라며 “폐업하면 대책도 없다. 나도 실업자가 되지만 지역민들에겐 더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