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높은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레바논 국민들이 부실한 국가 교육 시스템과 어려운 경제 사정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다고 중동 지역 온라인 뉴스사이트 알바와바닷컴(albawaba.com)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일 조지 즈레이크라는 남성은 레바논 북부 쿠라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전신 90%에 심한 화상을 입어 다음날인 8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즈레이크는 아들과 딸이 다니던 이 사립 중학교의 학비를 제때 납부하지 못해 지원이 더 많은 공립 학교로 딸을 전학시키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신청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하지만 밀린 수업료를 완납하기 전에는 필요한 서류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학교 측이 거부하자 격분해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즈레이크의 죽음은 레바논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즈레이크의 선택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레바논의 어려운 경제 사정에 비춰볼 때 학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학비를 학부모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레바논 북부 지역 출신 의원들은 즈레이크를 국가를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인해 희생된 순교자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미셸 모아와드 의원은 “즈레이크의 죽음은 유례없는 레바논의 비극으로 레바논의 경제· 사회 여건 악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미 제마옐이라는 또다른 의원은 “즈레이크는 세금과 높은 생활비에 따른 순교자”라고 말했다.
파루크 야쿠브라는 인권운동가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거리 시위에 나서 즈레이크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것처럼 레바논의 잘못된 교육제도에 불을 붙일 것을 촉구했다.
아크람 샤히브는 즈레이크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약속하면서 이 사건이 레바논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크람 샤히브 교육장관은 즈레이크의 아들딸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