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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양승태’ 재판 누가 맡나…법원은 고민 또 고민

입력 | 2019-02-11 14:40:00


‘사법 농단’ 의혹을 주도한 혐의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전직 대법원장이 중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헌정·사법부 역사상 처음으로 어떤 재판부가 이 사건을 담당할지 주목된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을 접수하고 배당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법원에서는 전직 사법부 수장을 피고인석에 앉혀야 하는 전례없는 상황에 어느 재판부가 심리할 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법원은 원칙적으로 연고 관계와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관련된 재판부를 제외한 후 무작위 전산을 통해 사건을 배당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원 인사 이동과 사무분담이 예정된 재판부는 형사합의부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통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사건이 배당된 뒤 인사 이동으로 재판부 구성원이 변경될 경우 맞춤형 재판부를 꾸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35·36부 중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사건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재판부 3곳을 증설했다. 신설된 재판부로 기존 재판부보다 사건 부담이 적고,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과 직접적인 연고 관계도 없다.

이 가운데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이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정보화사업 입찰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들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3월께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해 공소장만 296쪽에 혐의만 47개인 만큼 관련 기록 열람등사 및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사건도 기소 후 26일이 지나서야 첫 준비기일이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본격 시작되면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요지를 듣고 양 전 대법원장 측 입장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향후 정식 재판에서 조사할 증인 등을 정리하는 등 심리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검찰은 재판부 구성이 결정되는 대로 수사를 직접 담당했던 검사들을 양 전 대법원장의 공판에 투입할 방침이다. 수사만큼 공판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해 부장검사들이 직접 공판을 담당할 예정이다.
공판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측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근거로 검찰의 방대한 공소장을 문제 삼고, 공소 기각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차장 측도 법정에서 ‘공소장에 검찰의 의견이 광범위하게 나열됐다’며 심리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과 겹치는 혐의가 많아 두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차장의 범죄혐의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고 전 대법관으로 나뉘었다가 양 전 대법원장으로 다시 합쳐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건이 병합될 경우 한 재판부가 과도한 업무량을 부담하게 돼 병합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법원 관계자는 “한 사람의 혐의만 수만쪽인데 두 사건을 같이 담당하면 업무량이 부담되기 때문에 (병합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의 병합 결정은 법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저희의 기본 입장은 법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또 추가기소된 임 전 차장 사건은 기록 검토 시간이 충분치않다는 이유로 변호인들이 전원 사임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필요적 변론 사건’으로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 선임 절차를 밟았지만, 임 전 차장이 판사 후배 출신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면서 조만간 첫 공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최고 책임자로 각종 사법농단 범행에 개입·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