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이 11일 중국 슈퍼리그 다롄 이팡 사령탑에 공식 취임했다. 다롄 이팡은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 감독의 부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사진출처|다롄 이팡 SNS
K리그 대표 명장 최강희 감독(60)이 중국 슈퍼리그 다롄 이팡 지휘봉을 잡았다.
다롄 구단은 11일 “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말 숨 가쁘게 흐른 한 달이었다. 세부사항을 조율하느라 공식 발표는 늦어졌지만 처음 다롄의 오퍼를 받은 최 감독이 ‘오케이(OK)’ 사인을 보내고 사흘 만에 계약에 관한 기초 절차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한국어와 중국어, 영문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경기 무승=중도 경질’ 등 외국인 사령탑들의 발목을 낚아채는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과정 등이 길어졌을 뿐이다.
지난달 16, 17일 다롄 구단 단장과 사장이 승인하는 과정을 거쳤고, 18일 다롄 모기업 완다(WANDA) 그룹의 왕젠린 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최 감독의 부임이 확정됐다. 톈진을 떠나 베이징에 머물던 최 감독은 20일 다롄 선수단이 동계전지훈련을 시작한 스페인 말라가로 향해 계약 절차를 진행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흐른 가운데 최 감독은 중국 상하이로 이동, 2차 동계훈련을 진행 중이다.
왕젠린 회장의 축구 사랑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취미로 축구를 꼽을 정도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하면서 기업 입지를 굳혔고, 자국 A대표팀이 출전하는 국제대회를 유치하며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등 해외 클럽과도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맺어 명성을 떨쳤다.
최강희 다롄 이팡 신임 감독. 스포츠동아DB
최 감독을 향한 다롄의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리그1 전북 현대를 이끌던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접촉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8러시아월드컵 휴식기를 기점으로 아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최 감독은 고민 끝에 지난해 11월 초 톈진 지휘봉을 잡았지만 연락은 계속됐다. 꾸준히 안부를 주고받으며 인연의 끈을 이어갔다. 특히 다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혹시 (톈진 취안젠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우릴 잊지 말아 달라. 언젠가 꼭 인연을 맺자”는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거짓말처럼 탄탄대로를 달리던 취안젠 그룹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무너졌고, 상황이 급변했다. 모기업이 사라진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동계전지훈련을 이끈 최 감독에게 좋지 않은 뉴스가 전해졌다. 취안젠 그룹이 ‘최강희 사단’에 합류시킨 중국 코치를 해임하겠다는 통보였다.
최 감독은 코치들의 계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톈진에 돌아왔고, 구단과 최종 담판을 했다.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한국인을 포함한 기존 코치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최후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은 최 감독에게도 구단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그런데 A4용지 두 장짜리 통지에는 해고사유가 적혀있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조악했다.
최 감독 측으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국제축구연맹(FIFA) 변호사는 “톈진 톈하이로 구단명이 바뀌었지만 팀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운영 주체가 바뀌어도 구단은 기존 계약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승소를 자신했다.
이 무렵 다롄이 러브 콜을 보냈다. 마침 다롄도 사령탑이 공석이었다. 오래 전부터 최 감독에게 관심을 보였던 다롄은 톈진이 연거푸 헛스윙하며 스스로 발목을 잡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톈진으로부터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통지를 받았고, 명확한 해고 사유를 전달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고 통지서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 감독은 아무런 제약 없이 다롄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