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대부분의 콘텐츠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제공되면서 ‘좋아요’는 이제 필수가 되었다. 이러다가 마트 점원을 ‘좋아요’로 평가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후보와 정책들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고 종합 점수로 선출하는 날을 상상할 수도 있겠다.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방탄소년단의 인스타그램 ‘좋아요’를 재미로 살펴봤다. 그랬더니 문재인 대통령은 3만∼10만 개, 트럼프 대통령은 15만∼50만 개, 방탄소년단은 50만∼500만 개 정도까지 ‘좋아요’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대중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얼핏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발전협회(AAAI)의 2016년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누르는 이유는 다양했다. 심층 설문은 영국, 독일, 미국인 341명의 2479개 ‘좋아요’ 콘텐츠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미있는 콘텐츠나 관심사에 대해 호감을 표현하거나, 계정 당사자의 주장이나 기분을 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지인의 소식에 의무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사회적 관계 형성을 좋게 하기 위해 혹은 내가 당신의 콘텐츠를 봤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동참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좋아요’ 숫자 중에 정말로 좋아서 누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이 한 작업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일까? 혹은 ‘좋아요’로 평가하는 게 정말 효과적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좋아요’를 받아야 만족할 수 있을까?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CSCW) 2016년 학회에선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대한 태도와 행동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좋아요’를 받는가보단 누가 ‘좋아요’를 눌러줬는가가 더욱 중요했다. 1996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491명의 친구들과 5.9년 동안 SNS 활동을 하고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1주에 평균 5.25개를 포스팅했고 12.8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 친구들은 97만135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들과 무작위로 추출한 사람들도 비교해 보았는데 별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8개의 ‘좋아요’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1개부터 50개까지 ‘좋아요’ 개수에 만족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특히 포스팅을 올리는 나보다 나의 친구들이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좋아요 역설’도 발생했다. 만약 내가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사귀려면 기존 계정이 있는 사람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나와 친구가 되는 A는 내가 새로운 친구가 됨으로써 친구 수가 늘어난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나 새로 사귄 친구 A보다 친구의 수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즉, 내 친구 A의 친구 수는 언제나 내 친구 수보다 많다. 마찬가지로 ‘좋아요’를 누르다 보면 내가 받은 ‘좋아요’ 숫자보다 내 온라인 친구들이 더 많은 ‘좋아요’를 받게 된다. 연구 결과를 보면 2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
2015년 페이스북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 명의 가짜 유저들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사 등에 올라온 ‘좋아요’ 10개 중 1개는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월별 페이스북 관련 메신저 이용자는 27억 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빙하기 유럽의 동굴들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대 인류는 약 32개의 표지를 사용했다. 그중 손바닥 모양 안이 색칠된 것은 긍정, 색칠되지 않은 건 부정이라고 추정했다. 그렇다면 인류의 ‘좋아요’는 본능에 가깝고 그 방식만 점차 복잡해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