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4차 산업혁명 시대 들어서면 관계 형성과 팀워크 중요해져 ‘소프트 스킬’ 갖춘 사람 필요 위기 상황서 창업 꽃 피운 핀란드, 한국 청년들도 실패 두려워 말길
지난달 31일 카롤리나 밀러 씨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과 취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스크린에 적힌 ‘fear of failure(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란 글귀가 눈에 띈다. 주한 덴마크대사관 제공
핀란드 출신의 스타트업 전문가 카롤리나 밀러 씨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NORDtalk 2019’ 강연에 앞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핀란드의 경기침체 속에서 청년 창업의 붐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주한 덴마크대사관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NORDtalk 2019’ 행사장에서 만난 핀란드 출신 스타트업 전문가 카롤리나 밀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슬러시(SLUSH)’를 주최한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그는 국제 테크 콘퍼런스 이머지(EMERGE)의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밀러 씨는 주한 북유럽 대사관이 주최한 ‘NORDtalk’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과 취업’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섰다.
강연에 앞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고용을 걱정하던 핀란드 청년들이 찾은 대안은 창업”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는 핀란드를 먹여 살리는 효자기업으로 통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2008년부터 노키아는 급속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치면서 핀란드는 침체의 늪에 빠졌고,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고용침체를 겪으며 ‘창업’에서 탈출구를 찾은 핀란드 청년들의 사례는 한국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그는 “경제위기가 지속되면 도전정신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창업 생태계에 대해 끊임없이 학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때 기자였던 밀러 씨는 ‘왜 핀란드 청년들이 스타트업 붐에 열광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하다가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처음엔 스타트업의 마케팅 담당자로 입사해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창업 보육 회사의 CEO 자리에 올랐다.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그만의 노하우를 물었다.
밀러 씨는 첫 번째로 ‘문제의식’을 꼽았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창업가가 현실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나 물건을 내놓을 때 고객은 지갑을 연다. 그것이 곧 시장가치다.
둘째로 ‘팀 구성’이 훌륭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서비스와 재화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 수요를 지속적으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박사급 이상의 기술 분야 연구 인력과 시장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로 팀을 꾸려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창업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창업가는 다양한 상황에 놓이기 마련이다. 밀러 씨는 “미래의 투자자나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또 조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이 고질적 병폐로 지목되는 한국사회에서 이런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을까.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겐 ‘평생 학습하는 태도’가 중요한데, 그것이 높은 수준의 학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기업가정신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실패를 통해 체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핀란드는 2010년부터 10월 13일을 ‘실패의 날’로 지정해 학생과 교수, 창업가들이 서로의 실패를 나누고 격려하는 대규모 행사를 연다. 그는 “이런 문화를 만들기까지 핀란드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창의적인 기업가들이 탄생하려면 먼저 실패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