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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후계 갈등… 싱가포르 ‘형제의 난’

입력 | 2019-02-12 03:00:00

리콴유 차남, 신당 지지 발언… 친형 리셴룽 총리에 날 세워
3대 권력이양 놓고 힘겨루기




동아일보 DB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李光耀·1923∼2015) 전 총리의 집안 싸움이 후계구도와 맞물리면서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리 전 총리의 손자 중에서 누가 ‘3대 후계자’가 될 것인지를 놓고 아버지들이 일찌감치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일 리 전 총리의 차남 리셴양(李顯陽·62)이 포장마차 거리에서 토니 탄 전 싱가포르 대통령(79)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이 촬영됐고 이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두 사람의 아침식사가 화제가 된 것은 리셴양이 친형이자 현 총리인 리셴룽(李顯龍·68)에게 맞서 탄 전 대통령과 따로 정치세력을 구축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앞서 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 싱가포르를 만들고 싶다”며 총선에 앞서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형과 수년째 대립 각을 세우는 리셴양은 “신당 창당은 좋은 일이다. (탄 전 대통령은 신당에) 어울리는 지도자”라며 지지했다.

탄 전 대통령은 1979년 정계에 입문해 국방장관, 부총리, 대통령을 지냈고 리 전 총리의 후계자로 여겨질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한 인물이다. 서민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현지 언론들은 리 전 총리의 두 아들이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벌써부터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셴룽 총리의 후계자로 아들 홍이(32)가 지목되고 있으나 리셴양의 아들인 셴우(34)도 후계 구도에 포함된다. 두 사람은 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서 각각 추도사를 읽었다. 2017년 리셴양은 “(리셴룽 총리가) 아들 홍이를 후계자로 삼으려고 한다”며 비난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