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부담에 수익률 맞추려 임대료 높게 책정 우려 임차인 조기 폐업 현상↑…상가시장 침체 가속 걱정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열린 2016 제24회 홍대 앞 거리미술전에서 시민들이 홍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표현한 대형 설치작업 ‘거셈_탁란’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 유명상권뿐 아니라 지방도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뜬다 싶은 상권이나 새롭게 조성된 상권에선 어김없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자영업 매출 증가보다 임대료 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올라 자영업자가 떠나면 상권은 무너진다.
12일 정부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떠넘기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산정한 결과 평균 9.42% 상승했다. 서울 명동 등 주요 상권의 땅값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보유세 상한인 50% 인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전국의 땅에서 0.4% 정도만 시세 반영률이 높았다고 설명하지만, 이들 지역이 대부분 주요 상권의 랜드마크들이어서 주로 상업용과 업무용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건물주 입장에선 세입자를 한 번 들이면 5년간 임대료를 원하는 만큼 올릴 수가 없어, 처음 계약할 때 임대료를 높게 부르는 게 보통”이라며 “재계약을 앞둔 임차인은 이제 건물주의 보유세 부담까지 임대료로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잘 나간다던 홍대 상권도 비싼 임대료로 몸살을 앓았다. 홍대를 떠난 자영업자들이 옮겨간 연남동이나 이태원 경리단길, 종로 익선동도 최근엔 한 집 걸러 임차인을 구하느라 애를 태운다. 부산이나 대구, 광주의 중심상권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상권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신도시에서도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입점했다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 명동, 성수, 합정, 연남, 용산과 같이 상권이 번화한 곳에서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대료 감당이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전 세계의 금리 인상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상가 임대료 전가도 심해진다. 과도한 대출을 받은 투자자가 임대수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서다. 상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지만, 일부 건물주는 규제 사각지대인 관리비를 통해 임대수익을 사실상 올리는 꼼수가 성행하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니다.
전국 평균 임대료는 상가 1층 기준 ㎡당 중대형 2만9000원, 집합 2만8500원, 소규모 2만800원이다.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0.8%로 분기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감정원 관계자는 “상가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임대료가 하락했다”며 “실물경기와 상가 임차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당분간 수익률 악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