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9아시안컵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많은 과제를 안았다. 특히 아시아권의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개인기 향상이 시급해졌다. 기술은 어릴 때부터 기본을 닦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올해부터 모든 초등부 축구에 8인제를 도입했다. 사진은 아시안컵 우승 확정 후 환하게 웃고 있는 카타르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통해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이미 아시아축구는 평준화됐다는 점이다. 한국을 비롯해 이란, 일본, 호주 등이 강력한 우승후보였으나 결국 최종 승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3위의 카타르였다. ‘깜짝 우승’이라고들 하지만 신기에 가까운 예측으로 화제를 모은 사비 에르난데스(39)는 ‘준비된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냉정하게 말해 이제 우리가 만만히 볼 상대는 없다.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취급되던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나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세력이 결코 얕볼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걸 똑똑히 알았다. 축구공이 둥근 것처럼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곱씹은 대회였다.
4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는 많은 숙제를 안았다. 특히 선수 개인기량의 향상 없이는 상대를 제압할 수 없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감독의 전술은 물론이고 이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게 더욱 명확해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올해부터 KFA가 주최·주관하는 모든 초등학교 경기를 8인제로 바꾼다고 한다. 반가운 얘기다. 제주에서 열리는 칠십리배를 시작으로 14일 군산에서 열리는 금석배, 15일 대구에서 개최되는 전국 초등학생 대회 등 각 토너먼트 대회들이 모두 8인제로 치러진다. 3월부터 시작되는 초등리그도 8인제로 열린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8인제를 이번에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8인제의 긍정적인 효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럽의 축구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11인제와는 규칙부터 다르다. 우선 선수교체 제한이 없다. 이는 체력 소모가 많은 점을 고려한 룰이다. 골킥을 포함한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패스는 다른 선수의 터치 없이 하프라인을 넘을 수 없다. 이는 짧은 패스를 통해 빌드업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규정이다. 전적으로 선수들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지도자의 경기 중 코칭 행위도 금지된다.
이런 규칙을 통해 선수들은 많은 볼 터치를 하게 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면서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 8인제가 11인제보다 볼 터치, 패스, 슈팅, 달리기 횟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좋은 축구를 한다는 것, 그리고 선진화된 전술을 구사한다는 것은 결국 선수들의 창의성과 연결된다. 이는 8인제 도입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한국축구의 도약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라는 측면에서 8인제 도입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