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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공정거래법 개정안 상반기내 처리 ‘속도전’… 재계 “투자 활성화 급한데 기업족쇄 우려”

입력 | 2019-02-13 03:00:00

檢담함수사-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업들 ˝소통없이 졸속입법 안돼˝… 공정위 ˝앞으로 의견수렴 노력할것˝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전속고발권 폐지를 뼈대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정부와 여당이 올 상반기(1∼6월) 처리하기로 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법을 전부 개정하는 것이 힘들 경우 일부 개정 방식으로 입법을 서두르려는 당정의 속도전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당정협의를 열고 6월까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공정위가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한 이후 당정이 본격적인 국회 통과 행보에 나선 것이다. 정부안에는 중대한 담합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기업 경영을 옥죌 수 있는 규정도 상당수 포함됐다.

당초 여당은 정부안을 두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완수하려면 더 강도 높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가 큰 상황에서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개정안이 제대로 논의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안에 힘을 실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커졌다.

당정은 공정거래법과 금융통합감독법, 상법 개정안을 하나로 묶어 야당과 협상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전부 개정에 목매지 않고 일부라도 우선 개정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이기로 했다. 야당 측에서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은 일부 빼고서라도 법 개정 취지는 살리겠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일부 조항은 재계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우호적 지지를 보내는 내용도 있다”며 “재계가 자유한국당을 어떤 경우에는 압박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계는 기업인들과의 소통 없이 이뤄진 당정협의 발표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1980년 12월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9년 만에 전부 개정을 추진하는 만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활성화 등이 중요한 시점에 오히려 기업 투자나 경영 부담을 초래하는 법안으로 기업들에 부담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형식적인 공청회를 통해 재계 입장을 듣는다고는 했지만 실제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적이 없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통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의 방향이 전부 개정에서 일부 개정으로 바뀌면서 조항을 주고받는 짜깁기가 이뤄지고 그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의 자체 정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데 정치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간 논의 과정에서 기업의 입장을 듣는 데 노력했고 앞으로도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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