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림 건축가·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대표
도시의 특정 장소에 20여 년 동안 행정청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면 그 건물이 오로지 홀로 존재해 왔을 리 없다. 그 건물로 인한 생태계가 주변 도시 조직에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에게 불편한 곳에 새 건물을 짓는 것이 대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공공건축은 ‘공공을 위한, 즉 이용하는 시민을 위한’ 건축이다. 설계와 시공 모두 다 중요한 요소지만 ‘어디에 짓는지’만큼 시민의 편의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는 없다.
공공건축 사업은 기획 단계서부터 부지에 대한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등급으로 매겨 검증받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현재 위치보다 접근성이 나쁜 곳으로 이사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계획을 할 때도 공공건축 부지는 안쪽에 밀어 넣고 접근성 좋은 부지는 민간에 분양해 이득을 챙기려는 행위는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세금으로 공공건축을 짓는 마당에 당연히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지어야 마땅하다. 계단 하나에도 사람들이 들어오기 불편할까 발발 떠는 정신, 바로 그 정신으로 공공건축 부지를 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공공건축에 들어간 모든 돈을 한 푼이라도 더 값어치 있게 만드는 길이다.
전보림 건축가·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