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 훈련시설도 필요할테고, 장비도 필요할테고, 또 함께
훈련을 해줄 인력도 필요할테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서 의료장비도 필요할테고… 필요한 게 많을텐데요.
훈련을 해줄 인력도 필요할테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서 의료장비도 필요할테고… 필요한 게 많을텐데요.
밑줄 친 부분은 모두 잘못된 띄어쓰기다. 컴퓨터 맞춤법 시스템에서 오류를 잡아내는 예이기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오타를 줄일 수 있기는 하다. 오류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를 알아야 관련된 다른 띄어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원리를 보자.
기본형을 잡아보자. ‘필요하다, 많다’를 잡아낼 수 있다. 앞의 예인 ‘필요하…’에 붙어 있는 ‘ㄹ’은 뭘까? 이 ‘ㄹ’이 무엇인지가 이 말을 띄어 써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 내일 할 공부
● 어제 한 공부
● 지금 하는 공부
● 어제 한 공부
● 지금 하는 공부
이것을 ‘필요할테고’에 그대로 적용해 보자. ‘필요할’의 ‘할’이 ‘할 공부’의 ‘할’과 같다. 이 ‘-ㄹ’이 ‘테고’ 속의 명사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필요할’과 ‘테고’는 띄어 적어야 한다. 우리말의 ‘-ㄹ’은 그런 것을 알게 해 주는 요소다. 같은 이유로 ‘필요할 테니, 필요할 텐데’도 모두 띄어 적어야 한다.
● 훈련시설도 필요할테고 필요한 게 많을텐데요.
→ 훈련시설도 필요할 터이고 필요한 게 많을 터인데요.
▷ 훈련시설도 필요할 것이고 필요한 게 많을 것인데요.
→ 훈련시설도 필요할 터이고 필요한 게 많을 터인데요.
▷ 훈련시설도 필요할 것이고 필요한 게 많을 것인데요.
이 ‘터’를 ‘것’과 바꾸어 쓰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보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터’가 ‘의존명사’라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터’는 의존명사여서 대표적 의존명사 ‘것’과 바꾸었을 때 의미 차이가 크지는 않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존명사들 사이에 여전히 남은 의미 차이를 본 것이다. 이전에 가진 의미를 자꾸 잃어가는 명사들이 의존명사다. 오늘날의 ‘터’는 의미가 약해져 ‘추측, 예정’ 등의 느낌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니 ‘터’에 관련된 띄어쓰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를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 목록에 넣어 두자. 주목해 두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