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신임 감독. 사진제공|대한배구협회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0)이 28일 한국을 일시 방문한다. 브라질 수페리가에서 미나스 테니스클럽 배구팀을 지휘하는 라바리니 감독은 3박 4일의 일정으로 방한해 V리그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을 직접 관찰하기로 했다.
박기주 여자 경기력향상위원회 이사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 영상과 자료들은 감독에게 계속 전달하고 있다. 사전에 파악해온 선수들의 실제 경기를 보면서 대표팀 엔트리 구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브라질리그가 종료될 때까지 우리 선수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을 뻔했지만 감독이 열성을 다해 대표팀 구성에 협조해준 덕분에 걱정거리 한 가지는 줄어들었다.
V리그는 3월 1일(GS칼텍스-현대건설) 2일(KGC인삼공사-흥국생명) 3일(도로공사-GS칼텍스) 여자부 경기가 연달아 열린다. 라바리니 감독이 서울~대전~김천을 돌아 인천국제공항에서 심야 비행기를 타고 출국하는 힘든 일정을 견디기만 한다면 5개 팀 선수들의 기량은 파악할 수 있다. 박기주 이사와 대한배구협회 국제부의 실무진이 감독과 동행하면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한배구협회는 그의 방한에 맞춰 통역을 구하려고 노력중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모국인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사용한다. 감독의 뜻에 따라 통역이 구사할 언어가 결정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구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통역의 임무는 지금 감독의 뜻과 중요한 지시사항을 있는 그대로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역 개인의 판단이나 감정이 들어가면 큰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프랑스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선임했던 일본 대표팀은 통역 때문에 자주 소동이 났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프랑스인 통역은 현지인의 정서를 감안하지 않는 행동으로 많은 매스컴을 적으로 만들었다. 또 가끔은 자신의 생각을 섞어서 전달하는 바람에 트루시에 감독과 대표선수 사이에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통역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수석코치다. 라바리니 감독과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그가 추구하는 배구를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되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런 면에서 감독과 편안한 의사소통은 중요한 대목이다. 문제는 배구도 잘 알고 외국어도 유창한 코치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박기주 이사는 “현재 프로팀에서 활동하는 코치를 대표팀으로 선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선정해야 한다. 여자 선수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선수들이 코치를 잘 따를 수 있는 충분한 스펙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는 히딩크라는 빼어난 리더 덕분에 가능했지만 중간에서 역할을 잘했던 통역과 토종 코칭스태프의 헌신적인 지원도 중요했다. 우리 여자배구 대표팀도 그 성공사례를 꼭 기억해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