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논설위원
이처럼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실이라고도 보기 어려운 게 경제 통계의 양면성이다. 특히 정치인이나 정책 담당자들이 이런 숫자놀음에 능하다. 최근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은 지난해 성장률(2.7%)과 관련해 “고무적이다. 경기 회복 자신감이 있다”고 자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2.8%)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것을 두고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체질이 강한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경제가 좋다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나 여당의 핵심 인사가 자신감과 의욕을 갖는 것은 좋다. 하지만 누적매출 보고식의 사기진작용에서 그쳐야 한다. 정말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아심이 들 게 할 수준이라면 곤란하다.
작년 고용 상황에 대해서도 ‘같은 숫자,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근로소득이 늘어난 데다 상용 근로자가 증가해 일자리 질도 좋아졌다’는 게 정부 스스로가 내린 작년도 일자리 부문에 대한 대체적 평가다. 숫자만 놓고 볼 때 틀린 게 없다. 하지만 근로소득이 늘어난 대신 자영업자가 줄고 실업자가 많아져 상·하위 20% 계층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도 사실이다.
고용의 질을 가늠하는 주요한 척도인 상용 근로자가 34만 명 늘었다. 그 대신 19만5000명의 임시 일용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월급을 더 받게 된 것과 일자리를 잃은 것을 두고 고용의 양은 나빠졌지만 질적으로 좋아졌으니 다행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정치인이나 정책담당자의 발언들이 나왔다고 믿고 싶다. 어차피 사회 인문적 현상에서 ‘지구는 둥글다’처럼 100% 객관적 사실을 말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숫자를 자기 입맛에 맞게 오도하는 데도 정도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이 정책적 오류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게 걱정일 뿐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